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세연 Oct 17. 2022

06. 이런 생각 저런 생각 : 맛난 음식 먹으러 가요

#시어머님의 살아온 날이 궁금해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한 11년 차 며느리

#6-1. 시어머님께서 하늘에 계신 친정어머니께 전하는 이야기 

         

새벽 6시 20분.

내가 가게에 도착하는 시간이야.

문 열고 물건 정리하고 나서 고구마 순 까고 쪽파 까고 김치 거리 다듬고 나면 오전 시간 다 지나가.


12시.

오늘은 뭘 먹을까, 콩국수 먹을까 하다가 에이 밥이 맛있겠다 싶어 밥에 물 말아서 김치랑 먹어.


금방 바뀌는 내 생각, 왜 그럴까. 절약이 몸에 배어 그렇지 뭐. 바보.


콩국수 한 그릇에 7천 원, 그 돈으로 돼지고기 한 근 사면 며칠을 먹을 텐데.



근데 엄마, 아파보니까 돈, 아무것도 아니더라.

죽으면 다 두고 가야 하는데 말이야.

 

너무 허무해.

하늘나라에서 좋은 자리 준다 하면 아끼고 아낀 돈, 다 싸서 갈 텐데.     


엄마,

그냥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드네.

이젠 마음 좀 정리하고 좀 쉬고, 

또 열심히 살다가 엄마 보러 갈 준비 해야지.     

엄마, 잘 있어.

 


#6-2. 며느리가 시어머님께 전하는 이야기 


“세연아, 우리 오늘 콩국수 먹을까?” 

“아휴, 어머님. 저희는 괜찮아요. 이따 집에 가서 먹으면 돼요.”


“지금 먹고 들어가. 집에 가서 언제 차려 먹어?”

“음. 그럼, 그럴까요?”

어머님께서 콩국수를 사주신다고 하셨는데, 저는 먹고 싶지 않았어요. 


어머님께서 하루 종일 고구마 순 까고, 쪽파 까고 김치 거리 다듬어 힘들게 야채 판  돈으로 애들 둘, 저희 부부까지 하면 굳이 먹고 싶지 않은 음식에 괜히 헛돈 쓰는 것 같았거든요. 


어머님 혼자 드시면 네 번은 드실 수 있는데 저희가 먹어서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한사코 거절하는 저에게 어머님께서는 ‘여기 식당 콩국수가 정말 맛있다’며 먹고 가라고 하셨지요. 


밖에 계신 아버님께 전화드려 같이 먹기로 하고는 못 이기는 척 앉아 아이들은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 나눠주고, 어른들은 콩국수를 시켰지요.


음식이 도착하고 계산하려는 저희를 밀어내시고는 어머님께서는 배달하시는 분께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저희 가족을 소개해주셨지요.


“우리 아들, 며느리, 손녀들이여.”

맛있게 먹으라며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시며 식사하시는 어머님 모습에서 진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맞아, 이런 게 행복이지. 뭐 별거야?’   

그때는 몰랐어요. 저희가 안 먹으면 어머님께서 네 번을 더 드실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번도 안 드신다는 걸.      


어머님께서는 전화하시면 늘 말씀하셨지요.

“세연아, 오늘은 돈 좀 더 주더라도 좋은 거 사서 먹어. 죽으면 아무 소용없다. 지금 맛있는 거 먹어.”


어머님, 어머님이랑 좋은 음식 사 먹을래요. 

저희 가족에게 콩국수 사 주시면서 행복해하시던 어머님의 그 마음, 저도 알게 해 주세요. 


가족에게 베풀며 현재에 만족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어머님과 함께 하며 좋은 추억, 좋은 행복 많이 많이 쌓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우리, 좋은 음식 맛난 음식 먹으러 가요.

어머님, 사랑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이전 06화 05. 우리 집에서 그러고 싶어 : 꼭 같이 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