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살아온 날이 궁금해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한 11년 차 며느리
#9-1. 시어머님께서 하늘에 계신 친정어머니께 전하는 이야기
엄마,
오늘은 월요일이야.
이틀 쉬었으니 일하러 나가봐야지.
엄마가 걸어갔던 길을 내가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네.
참 신기해.
큰 수술을 세 번 하고 나니 시장 사람들이 이제 저 집은 장사 못한다고 했다네.
그런데 아프고 나니 장사를 더 잘 하고 있어.
이게 다 하느님, 부처님 덕분인가 봐.
앞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쭉 이렇게만 가면 좋겠어.
시련, 고통, 외로움 많이 겪어 봤어.
속내를 이야기할 사람이 엄마밖에 없었는데 엄마도 일찍 하늘나라로 올라가시고 혼자 힘들었어.
그런데 이제는 며느리들이 둘이나 있으니까 참 좋아.
모든 일이 순리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고생을 많이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
그만큼 사회공부 많이 했잖아.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거고.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경험도 귀하고, 엄마가 했던 일을 이어서 하고 있는 경험도 귀하고,
내 가족이 곁에 있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경험하는 것도 귀하고 말이야.
참!
글 쓰고 있는 내가 신기하다는 경험도 추가해야 겠어.
엄마, 나 잘 살고 있어.
걱정 말고 오늘도 편히 쉬어.
안녕. 또 편지 쓸게.
#9-2. 며느리가 시어머님께 전하는 이야기
“세연아, 나는 딱 65살까지만 일할 거다. 그리고 나도 나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아야지?”
어머님 예순이 넘어가는 시점에 스스로 다짐하시듯, 저에게 가끔 넌지시 던지는 말씀이셨는데, 벌써 그 연세를 지나는 시점이 되었네요.
그 때는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라고 말씀 드렸었는데, 지금은 어머님도 저도 일을 쉽사리 놓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님께서 여러차례 큰 수술들을 거치면서 이제는 놓으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정말 불사조처럼 다시 일어나셨던 것 같아요.
어머님께서 해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가능하신가 보다. 괜찮으신가 보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가끔 제 어깨나 허리가 아프면 벌러덩 드러누워버리는 저를 발견하고는 그제야 깜짝 놀라곤 했어요.
‘어머님, 정말 괜찮으신걸까?’
‘어머님, 괜찮으신가요?’
어머님께서는 딸이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었지요.
그 말씀하실 때마다, 제가 딸처럼 편하게 못 해드려서 우리 어머님께서 외로우셔서 그런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 죄송한 마음에
“어머님, 딸도 딸 나름이고, 며느리도 며느리 나름이지 않을까요? 속 썩이는 딸보다 며느리가 낫지 않나요?” 라고 너스레를 떨면
“그래, 맞다, 나는 우리 아들들이랑 며느리들 있어 참 좋다.”라고 하셨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딸, 아들, 며느리 이런 관계가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우리 어머님 외롭다, 기댈 곳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 걸 희미하게 알긴 알았는데, 요즘 우리 어머님과 함께 글을 쓰면서야 제 마음 깊은 곳까지 절절히 와닿아요.
그동안 어머님을 버티게 한 건, 누구보다 가족을 잘 지켜내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정작 우리 어머님의 마음이 허해지고 있는 이 순간 ‘어머님, 저만 믿으세요. 이젠 제 곁에만 딱 계시면 제가 다 해드릴게요.’
우리 어머님 손 꽉 잡아 줄 한 사람이 없다 느끼시고 계시는 건 아닐지 마음이 착잡해져요.
더 이상 떠난 어머님이 그립지 않게 제가 잘 할게요.
어머님, 걱정 말고, 편히 쉬세요. 쉬셔도 되요. 어머님, 제가 지킬게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