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살아온 날이 궁금해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한 11년 차 며느리
#11-1. 시어머님께서 하늘에 계신 친정어머니께 전하는 이야기
엄마,
오늘 밤에는 백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엄청 큰 달이 뜬대.
눈 좀 붙이려니 큰 며느리한테서 전화가 왔어.
밖에 나가 달 보면서 소원 빌어 보라고. 그래서 다녀왔어.
엄마 계시는 하늘나라, 달도 뜨고 별도 뜨고 모든 것이 잘 있지?
다른 집에는 호박이 안 열렸다는데
우리 집은 둥근 호박, 찰 호박이 풍년이야.
백 개도 더 따왔어.
아침에 여섯일곱 개씩 가게 앞에 갖다 놓으니 우리 가게가 눈에 확 들어와.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어.
엄마랑 하느님, 부처님이 우리 집을 잘 도와주시나 봐.
열심히 살고 있어서 복 받는 것 같기도 해.
참!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아서 대가족이 되었어.
그런데 다른 집에는 가질 않고 꼭 우리 집에 와 있어.
다섯 마리나 돼.
잘 돌봐 주고 있어. 불쌍하잖아.
달 보면서 더 빌어야 될까 봐.
다른 집에도 호박이 잘 열리게 해 달라고,
다른 집에도 복 많이 주라고,
불쌍한 생명체들도 돌봐 달라고 말이야.
엄마도 도와줄 거지?
크고 큰 보름달만큼 보고 싶은 우리 엄마,
잘 지내고 있어.
또 편지 쓸게.
#11-2. 며느리가 시어머님께 전하는 이야기
어젯밤, 달을 보며 부안에 있는 시댁에 도착해 바로 잠이 들었어요.
평소라면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지만, 차를 오래 타 피곤해서인지,
따뜻하게 비치는 햇살을 맞이하고서야 단잠에서 깨어났어요.
소나무 향을 머금은 자연 바람이 창 너머 들어와 내 코 끝에 스치는 느낌까지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아침이었어요.
코 끝을 스치는 바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온몸에 바람 샤워를 시켜줄 겸 슬리퍼를 대충 발에 끼운 채 현관문을 열었어요.
‘니야옹, 니야옹’
새까만 털에 윤기가 반들반들한 고양이 한 마리가 투명한 유리구슬을 닮은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이 녀석 도망도 안 가고 저를 보더라고요.
‘넌 누구니?’ 우린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어요.
눈싸움에서 진 저는 슬며시 고개를 돌렸는데, 어랏. 저기도 한 마리, 여기도 한 마리, 저어 기도 한 마리, 여어기도 한 마리. 무려 5마리나 있더라고요.
저는 궁금해서 아버님께 고양이 키우시냐고 여쭤봤지요. 제가 시집올 때만 하더라도 개 3마리를 키우셨던 터라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버님께서 말씀하시길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가 마당에 돌아다니길래 밥을 줬더니, 며칠 뒤 식구들을 다 데리고 왔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5마리 밥을 챙겨주기 시작하셨다고 하셨어요.
고양이는 주인을 직접 고른다는데, 정말 똑똑하고 운이 좋은 고양이라 생각했어요
제가 살면서 찾던 마지막 행복 퍼즐 1조각을 우리 어머님과 아버님을 만나면서 찾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저는 마당에 심어진 꽃들과 나무들을 보면서도 ‘너희는 무슨 복을 받아서 여기 살고 있니?’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부지런하시고, 항상 주위를 살피고 배려하며 나눠 주시는 우리 어머님, 아버님이기에 작은 일상에도 크게 감사하시는 분들이기에 열매를 수확하시고, 그 이상의 기쁨을 누리실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크고 큰 보름달보다 더 큰 사랑 주시는 우리 어머님, 항상 건강하세요.
제 가족이 되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