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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세연 Feb 08. 2022

엄마 그럼 3번 임신했던 언니들은 어디갔어? "

10살 큰 딸이 내 블로그를 발견하고 꼬치꼬치 묻기 시작했다. 

" 엄마? 나한테 언니가 있었던 거 왜 말 안했어? "

" 응? 무슨 소리하는거야?"


"나, 오늘 엄마 블로그에 들어가봤어."

"엄마 블로그 어떻게 알았어?"


"엄마 이름 네이버에 검색하니까 블로그 있어서 가봤어.그건 그렇고, 엄마 왜 말 안했어? 나도 언니 있으면 좋겠어. 엄마 임신을 5번이나 했었다며? 그럼 나한테 언니가 5명 있는거야? "


큰 아이는 엄청난 소식을 알아낸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저녁 계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아이는 쉴새없이 이야기를 건냈다. 


나는 아직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할 준비가 안되어있는데,


아니, 

아직이 아니라, 한번도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당황스러웠다. 


"00아, 엄마, 땀냄새 나니까 샤워 부터 할게."

"엄마, 땀냄새 안나니까, 이야기 좀 해줘.. 엄마 임신하고 비빔 국수먹으러 갔었어? 거긴 어디야? 나도 데려가지. 나도 비빔국수 좋아하는데..."


나는 화장실로 피신했다. 

나는 지금 왜 당황하고 있는 것인가. 

멍하니 잠시 생각했다. 


10살 된 내 딸이 내 블로그를 알아버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던 내 유일한 안식처가 없어져버렸다.

아이를 유산했던 이야기는 천천히 설명해주면 되는데, 나는 이제 어디서 수다를 떨어야하지..


난감한 기분이다. 그래서 다시 찾아온 곳이 브런치다. 

브런치는 왠지 좀 더 정돈된 글을 써야할 것 같고, 뭔가 작가스러운 글을 써야할 것 같은 기분때문에 잘 오지 못했었는데, 아이 덕분에 엉겹결에 브런치에 정착해야 할 것 같다.


샤워를 마치고 나 온 내 앞에 아이가 다시 달려왔다.

"엄마, 진짜 5번 임신한거 맞아?"

"응, 엄마는 임신을 5번 했었고, 3번은 못 만났어."


"그럼, 2번은...??"

"2번은 너랑 동생이지..."


"엄마 그럼 3번 임신했던 언니들은 어디갔어"


평소 언니,오빠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우리 큰 아이입장에서는 진심으로 궁금해 죽겠는 눈치다. 

아... 심오한 질문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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