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ainon 김승진 Aug 22. 2021
차가운 먼지
죽음의 유혹에서 도망친 새벽을 딛고서,
다시 만난
저녁.
가로등 빛에 물든 나뭇잎들
위로는,
찬바람에 올라탄
먼지들이
어지럽다.
선택이든 운명이든
둘 중 하나뿐
찬 먼지가 되거나
찬 먼지를 보거나
내일도
바람 속 먼지들의 차가운 춤을
볼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도저히.
미용실에서
남루(襤褸)를 입은 제자리걸음이
흩어버린 날들 속,
그래도
이렇게 키워 자라게 한 것 있어,
그 3주, 3시, 3끼
헛되지만은 않았나.
누추한 번뇌와
초라한 절망들아.
그 꼭대기로 밀려났기를.
잘 가라.
싹둑.
월급쟁이 쳇바퀴가 멈추지 않는 이유 중 하나
소주는 뜨겁지.
월화수목금. 도레미파솔.
회사가 끓여놓은 뇌의 온도마냥 뜨겁지.
맥주는 차갑지.
퇴근길 헛헛한 가슴 한 켠.
안 그래도 시려운데, 더 춥기는 그렇네.
섞으니 딱 좋네.
소맥은 시원하다.
주유구에 휘발유 콸콸콸.
월급쟁이는 소맥을 가슴에 털어 넣고,
소맥은 월급쟁이 가슴속 사표를
냉큼 뺏어 낼름 삼킨다.
나쁘지 않은 거래.
금요일 밤의 카드 명세서 5만 7천 원.
다시 월요일,
갚으러 출근한다.
금요일은 또 찾아온다.
소맥과 함께.
민물장어의 꿈
<신해철 - 민물장어의 꿈>에 더하다.
세상에 넘치는 빛들
그 아주 작은 한 줌도
감히 탐나지 못하던
철저하게 처절한
체념의 깜깜한 늪
반지하 먹통 쪽방 쳇바퀴 위 구르던
컵라면에 소주 병나발 마냥
초라한 만큼 질기던
生은 死가 아닐 뿐
삶은 아니었다가
극한을 만난 절망도 제풀에 지쳐
맨땅에 스스로를 던져
산산조각 먼지구름 피어오를 때
라디오 스피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라는
질타가 건네는 위로
그 위로 흐르는 음표가
死의 아가리에 처박히려던 生을
삶
삶으로 끄집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