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04

by rainon 김승진

바다가 너를 닮았다.


가슴 덮은 먹구름 깨고

솟구친 응어리,

쏟아진 눈물 모서리에 베였다.


깨진 눈물들 그러모아

감싸 쥔 주먹,

눈가를 마저 훔치며 외친다.


햇살보다 포근할 바다야.

네 너른 품에 안길 수 없어서,

나는 이렇게밖에.


질끈 감고 던진다.

눈물 조각 뭉친

돌팔매.


난데없이 날아든

눈물 빛 돌멩이야.


... 많이 아프구나. 토닥토닥.


던진 어깨 행여

삐끗하진 않았나.

손바닥에 생채기

덧나진 않았을까.


따뜻 바람 담아서

잔잔 파도 노래로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못된 마음도

보듬어 덮는


너님이


바다를 닮은 것이 아니라,


바다가 너님 맘

그대로 닮았어라.


제비


더는 부르지 못할 안녕으로

풀꽃 품에 잠든 여인아.


내 가장 아득한 기억의 끝.

해 질 녘 개울가 곁 동산에서 손 꼭 잡고,


다섯 살 아들에게 풀꽃 이름들 불러주던

아련한 그대 미소가,

다시


새벽이슬로 잠시 내려앉아

활짝 꽃잎

펼쳤나 보오.


먼저 피어났다 스러진 제 어미가 그리워

굽은 채 감은 눈을

뜨이려 다녀가신 게요.


내일 아침

또 오소.

그대 보고파 나

다시 눈감고 있을 테니.


애기똥풀은 줄기를 자르면 노란 액체가 뭉쳐 있는 것이 꼭 노란 애기똥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영어로는 셀런다인(Celandine)이라고 하는데, 이는 제비를 뜻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제비가 알에서 부화할 때 눈이 잘 뜨이지 않아 어미 제비가 애기똥풀의 노란 진액을 물어다 발라주어 눈을 뜨게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속뜻은 ‘어머니가 몰래 주는 사랑’이다.

(출처: 야생화 백과사전 봄편, 저자 정연옥)


수요일 밤의 건배사


캔맥주를 물구나무 세우고 보니,

선명한 유통기한 숫자들.

넌, 네 끝이 언제인지를 아는구나.

모르는 나보다 어쩌면

더 오래 살 수도 있겠구나.


알아도 몰라도,

끝이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이 없는 어떤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별처럼,

언젠지 어딘지 모를

끝으로

향해 항해하는


별보다도

아름답게 빛나는

지금 + 여기를 위하여.


건배.


마을버스 막차


목덜미에 맺힌 땀방울들

기사복 깃을 적실 때,

알바 첫 출근 딸내미 염려로

가슴속은 더 젖는다.


과속방지턱 덜컹 에

출렁 휘청 넘어질 뻔

더위에 더 취해 얼굴 불콰한 할배가

뱉은 혼잣말 욕설은 귀로 삼켜


못 들은 척,

흰 장갑 오른손은 다시 기어를 올린다.


아스팔트 곳곳 패인 구불구불

시골 밤길 호젓해 정겹구나... 는

핸들 밥 먹기 전 얘기였지.


파스들 덕지덕지

운전대 쥔 왼팔 어깻죽지

오늘따라 더 아우성이네만,


막차 종점 거의 다 와,

쑥스럽게 건네는 캔커피 하나.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단골 여고생 맑은 목소리, 참 고마우면서도


얼추 나이 비슷하겠네.

이 녀석, 밥은 먹고 일하는 건가...

마음은 다시 아릿...


운전석만 아니라면

버스 좌석은 이리도 편하구나.

집까지는 55분.


쪽잠 청하며 감은 눈꺼풀 위로

위로 같은 식솔들 얼굴

희미하게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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