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05

by rainon 김승진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열사(烈士) 님들의 넋을 기리며>


갈림길에 선,

서슬 퍼런 결기.


운명으로 정한 이 길로

딛는 걸음

혹여

흔들릴까 봐,


뜨거운 눈물도 차마

흘러내리지 못해

멈춰 고였다.


매섭게 맑은 눈동자 위로

스쳐가는

태산 같은 生의 기억들아, 더없이 고마웠다.

死는 한갓 깃털일 뿐.


서릿발 지르밟고 던지는

마지막 순간은

영원이 되고,


하늘도 내려앉아

고개 숙인 자리에


얼음보다 차가운 순결은

그렇게

나무로 남았다.


화석(化石)


별것 달것 다 든 케이블 TV 채널들 속 헤매다

까마득한 옛적 푹 빠졌던 드라마 만났을 때,

화성에서 지구인 만난 듯 반가운 두근거림은...


이내 착잡한 쓸쓸함이 덮는다.


배우들 앳된 얼굴이 마냥 서글픈 건,

스물네 번 지구가 태양을 돌았던

시간의 걸음이 남겼을, 이 내


얼굴과 영혼의 주름이 깊어졌다는

새삼스런 소스라침 속,


그 씁쓸한 허전함이

마음 한 구석 치받는

둔탁함 때문인지.


다시 못 가 볼 그 시절 이후,

스물네 시간이 삼백육십오 곱하기 스물네 번

지나는

동안.

그 동안(童顔)은 이리 되었고,

그 동안(童顔)이 이리 되는 동안,


주인공 표정과 몸짓은 여전히 그대로

TV 속 박제라도 되었다만,


그때 내 꾸고 바라던 것들은, 지금

어느 땅 밑 돌(石)이 되어(化) 잠자고 있으려나.


종이비행기


힘차게 날린 헛된 소원
떨어진 자리 가서 보니


하늘보다 더 예쁜 꽃

나를 보며 미소 짓네.


밤의 책갈피


하루

고생 많았을

네 오늘이 닫힐 때


저기 어딘가 하늘 끝

이름 없는 별 하나가

어쩌면


너의 꿈결 사이로 스밀지도


별의 손가락이

베갯잇 적신 네 눈물방울 어루만지리라


또 다른 별빛이

네 정수리 위에서 너를 지킬

내일은

오늘보다는 그대여

덜 지치기를

너의 새 하루 부디


찬란하여라

다시 펼쳐질 너의 페이지

내일은 더


아름다워라


소금인형

<안치환 - 소금인형>에 더하다.


너를

알고

싶고

너만

안고

싶어

너의

품에

나를

던짐


이리도

행복한

녹아듦


네안에서

네안으로

너와함께


사라지면서

태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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