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02

by rainon 김승진

몽당연필


일곱 살, 네 살. 두 몽당연필.

제 손 뼘보다 긴 색연필이 즐겁다.

다행이다. 그림 솜씨.

아빠 닮지 않아서.


시간을 삼키며 자라는 쪼꼬미들,

손에 쥔 연필은 점점 짧아지는데.


세월의 흐름에 앉은 것들아.

커져가는 건지, 꺼져가는 건지.


잘 자. 몽당연필 둘 안아주고 집을 나서,

건넛집 노인네 밤 안녕을 살핀다.

오늘도 하루만큼 좁아진 어깨,

나날이 작아지는 일흔여섯 몽당연필.


시간 등에 올라타 끝 향하는 모두는

자라다가 사그라드나.


어제보다 마음 저릿한 핏줄들.

세 자루 몽당연필들아. 굿나잇.


바람이 흘린 눈물 2


세찬 빗방울 고이니,

웅덩이는 기쁘다.

가슴 텅 비었던 마른 나날들...

오늘만큼은 외롭지 않겠어.


내게 가득한 너희들아.

고마워. 참 많이.

나를 적셔

채워줘서.


바람이 흘린 너님들.

내일이면 햇볕에 흩어져

다시 바람 타고 가버려도,

많이는 서운하지 않을게. 나.


그 눈물에 서렸다 여기 남은

네 서러움, 그 향기들.

또 너흴 기다릴 내 그리움과

다정한 짝 될 테니까.


낙엽이 썩은 자리로


뙤약볕만 머리에 인 개미.

답답한 마음이 서두르는

발걸음은 애써

담담하지만.


저녁거리 하나 없는 회색 보도블록,

왜 이리도 뜨겁냐. 막막하게 헤치다

잠시 멈춰, 흐르는 건 땀인지 눈물인지

휴... 더듬어 닦아내고.


떨어낸 땀방울 위로 떠오르는

어린것들 주린 배야.

그래. 가던 걸음 다시 재촉.

어찌 못할 모정(母情)이 끌어당긴,


집념의 종착역.

썩다 만 낙엽들 틈새엔 뭔가 있을 테지.

다행이다. 이제야

다리 좀 쉬어볼까.


시를 위한 시

<이문세 - 시를 위한 시>에 더하다.


생각이 흘린 눈물

펜 끝에 떨어져

한 방울 잉크로

사뿐 내려앉으면


동서남북 마음 걷는 길로

춤추며

그 사람

그리며 그리는 펜의 노래


읽지 않을 것 알면서도

종이비행기 접어 날리

뱅그르르 허공 돌다

다시 책상 위에 툭


툭 주저앉은 시린 마음

괜찮다 토닥이며

수줍게 펼치고


아무도 모르는 시

밤하늘에 읊조리며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이여


별빛 메아리 되어

그대 잠든 창가

은은히 비추기만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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