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ainon 김승진 Aug 21. 2021
몽당연필
일곱 살, 네 살. 두 몽당연필.
제 손 뼘보다 긴 색연필이 즐겁다.
다행이다. 그림 솜씨.
아빠 닮지 않아서.
시간을 삼키며 자라는 쪼꼬미들,
손에 쥔 연필은 점점 짧아지는데.
세월의 흐름에 앉은 것들아.
커져가는 건지, 꺼져가는 건지.
잘 자. 몽당연필 둘 안아주고 집을 나서,
건넛집 노인네 밤 안녕을 살핀다.
오늘도 하루만큼 좁아진 어깨,
나날이 작아지는 일흔여섯 몽당연필.
시간 등에 올라타 끝을 향하는 모두는
자라다가 사그라드나.
어제보다 마음 저릿한 핏줄들.
세 자루 몽당연필들아. 굿나잇.
바람이 흘린 눈물 2
세찬 빗방울 고이니,
웅덩이는 기쁘다.
가슴 텅 비었던 마른 나날들...
오늘만큼은 외롭지 않겠어.
내게 가득한 너희들아.
고마워. 참 많이.
나를 적셔
채워줘서.
바람이 흘린 너님들.
내일이면 햇볕에 흩어져
다시 바람 타고 가버려도,
많이는 서운하지 않을게. 나.
그 눈물에 서렸다 여기 남은
네 서러움, 그 향기들.
또 너흴 기다릴 내 그리움과
다정한 짝 될 테니까.
낙엽이 썩은 자리로
뙤약볕만 머리에 인 개미.
답답한 마음이 서두르는
발걸음은 애써
담담하지만.
저녁거리 하나 없는 회색 보도블록,
왜 이리도 뜨겁냐. 막막하게 헤치다
잠시 멈춰, 흐르는 건 땀인지 눈물인지
휴... 더듬어 닦아내고.
떨어낸 땀방울 위로 떠오르는
어린것들 주린 배야.
그래. 가던 걸음 다시 재촉.
어찌 못할 모정(母情)이 끌어당긴,
집념의 종착역.
썩다 만 낙엽들 틈새엔 뭔가 있을 테지.
다행이다. 이제야
다리 좀 쉬어볼까.
시를 위한 시
<이문세 - 시를 위한 시>에 더하다.
생각이 흘린 눈물
펜 끝에 떨어져
한 방울 잉크로
사뿐 내려앉으면
동서남북 마음 걷는 길로
춤추며
그 사람
그리며 그리는 펜의 노래
읽지 않을 것 알면서도
종이비행기 접어 날리니
뱅그르르 허공 돌다
다시 책상 위에 툭
툭 주저앉은 시린 마음
괜찮다 토닥이며
수줍게 펼치고
아무도 모르는 시
밤하늘에 읊조리며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이여
별빛 메아리 되어
그대 잠든 창가
은은히 비추기만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