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신 사랑, 두 배로

[소설] 6월의 애벌레 – 제7화

by rainon 김승진

시청 감사담당관 강혁찬이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는 이지를 향해 잔에 든 술을 확 뿌렸다. 이지는 침착하고 담담하게 코냑 세례를 맞았다. 그리고는 잔을 들어 금붕어에게 똑같이 술을 확 뿌렸다.


마지막 남은 코냑 방울들을 뒤집어쓴 만취 금붕어의 마지막 남은 한 방울 이성도 증발되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감사담당관 강혁찬 금붕어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바 건너 이지의 멱살을 잡으려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휘청거리는 손짓은 그저 우스꽝스러운 야밤 댄스일 뿐. 이미 이지는 주방 안으로 피신했고 은옥은 수화기 너머 한산경찰서와 통화 중이었다. 달밤 체조를 하면서 길길이 날뛰는 금붕어 사무관을 옆에서 말리던 대머리 뚱보 기자가 몸의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 바닥에 나뒹굴었다. 지방 소도시의 장점 중 하나는 경찰 출동이 빠르다는 것. 나이 지긋한 파출소장과 젊은 순경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뚱보와 금붕어는 정신이 번쩍 뜨인 것 같았다.


“너 봉술이 아니냐? 어? 강 과장도 있네?” 초로(初老)의 파출소장이 자신들을 알아보자 두 꽐라는 다시 의기양양해졌다. 꼬인 혀를 애써 펴가면서 박봉술 한산타임즈 편집국장은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두 년이 술값 바가지를 씌웠어. 그래서 혁찬이가 항의를 좀 했는데 거기다 대고 술을 뿌리잖아. 저 년이!” 기가 찬 은옥이 파출소장을 붙잡고 뭔가 말을 하려 하자 이지가 제지했다. “언니! 그냥 경찰서 가서 얘기해. 아무 말도 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일단 경찰서로 가셔야 할 것 같네요. 몇 명이야? 4명? 막내야. 순찰차 한 대 지원 요청 때려라.” 두 진상이 탑승한 순찰차가 먼저 출발하자, 은옥과 이지가 다른 순찰차에 올랐다. 경찰차 뒷자리는 처음 타보는데? 오늘 참 하루가 길고 버라이어티하구나... 생각하는 이지에게 은옥이 속삭였다. “쟤네들 경찰이랑 잘 아나 봐. 어쩌냐. 우리 얘기 들어주기나 할까?” “걱정 마. 언니. 언니는 아무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내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경찰서에 도착한 두 진상 꽐라들. 술로 빚은 떡 두 덩어리는 신이 난 것 같았다. 특히나 대머리 뚱보 지역신문 편집국장은 마치 경찰서장처럼 행동했다. 듣다 보니 실제로 경찰서장과 친구 사이였다. 이지와 은옥은 두 남자가 지껄이는 거짓말을 잠자코 듣기만 했다.


“야. 니들도 많이 취했는데... 그냥 이쯤에서 화해하고 집에 가라들. 응?” 강 과장이 잘라 말했다. “아니요. 그렇게는 못하겠어요. 저 두 사기꾼 술집 여자들 정식으로 고소합니다. 술값 사기 친 거랑, 저한테 술 뿌린 거, 이거 명백히 폭행죄입니다. 저 고소장 쓰겠습니다.”


“이봐, 아가씨, 저 사람한테 술 뿌린 거 맞아요? 그리고 술값 얼마 나왔어요? 손님들이 지금 바가지다, 사기다 주장을 하는데...”


이지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가게 내부 CCTV가 있어요. 보시면 누가 먼저 술을 뿌렸는지 확인이 될 거구요. 제가 알기로는 먼저 뿌린 쪽이 폭행죄 아닌가요? 저는 정당방위였어요. 그리고 여기... 다 들으려면 좀 길어요. 저희는 CCTV랑 이걸 증거로 낼게요. 저희도 고소합니다. 무고죄, 폭행죄, 업무방해죄. 저희 가게 서비스 좋아요. 주신 사랑을 따블로 돌려드리죠. 되로 받으면 말로 드리지요.”


이지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오~ 새로 왔나? 우리 쭉빵쭉빵 귀요미~ 오늘 오빠랑 찐하게 한잔 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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