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6월의 애벌레 – 제56화
통화를 마친 기은석 의원은 화장실에 들르기 위해 죽(竹)실을 지나쳐 식당 구석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죽(竹)실 대각선 건너편 매(梅)실 안쪽에서 고성과 욕설이 튀어나왔다. 옥신각신 오가는 쌍욕의 목소리 중 하나가 익숙했다. 현병규 시장의 고함이었다.
멈칫. 기은석의 발이 멈췄다. 매(梅)실 안과 밖을 가로막은 쌍미닫이문은 방탄 철문은 아니었다. 잔뜩 흥분한 현병규 시장, 그리고 그와 다투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걸러지지 않은 채로 매화꽃 무늬를 건너왔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 새끼야!!! 그게 내 탓이야? 야! 나 명색이 시장이야! 말 가려가면서 해!”
“이 새끼야! 사또가 사또다워야 사또지!!! 박봉술이한테 꼼짝도 못 하는 니가 무슨 사또냐? 넌 그냥 바지저고리 사또야! 이 새꺄!”
“이런 개새...! 야 너 그 주댕이 미싱으로 밀어 버린다, 진짜!!! 어디서 이게!!! 체육관 운영 위탁! 받아 쳐드시라고 상 다 차려줘도 못 처먹고, 지금 어디다 행패야!!! 난 할 만큼 했어! 내가 반찬 넣고 비벼서 니 아가리에 숟가락 집어넣어줄 군번이야???”
“뭐? 상을 차려? 니가? 이미 수탁법인 다 결정해 놓고, 짜고 치는 고스톱 판 차린 거잖아! 위탁 낚아채 간 거, 박봉술이 처남이라는 거, 저기 한산 제일시장통 지나가는 고양이 새끼도 다 알아!”
“너한테 유리하게 세팅 다 해줬잖아!!! 그럼 봉술이랑 가위바위보를 하든, 멱살잡이를 하든 니가 이기면 됐을 거 아니냐고!!! 내가 직원들 시켜서 심사위원 심사점수표라도 위조하랴?? 엉?!! 그리고 봉술이 처남은 그 법인 등기부에는 이름도 없었어!!! 그게 봉술이 처남인지 처형인지 회사라는 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진짜 나도 나중에야 알았다니까!!!”
“야~ 야~! 그만 하자, 그만해!!! 너만 모르고 있는 게 뭔지 아냐? 시장실 밖에서는 박봉술이 시장이야!!! 국장이나, 과장이나, 바깥에 사회단체장들이고, 시설장들이고, 교수고, 뭐고 다들 박봉술 말만 듣는다고!!”
“...... 그만해라... 나도 참는 데는 한계가...”
“야, 병규야. 내가 너 알고 지낸 게 이십 년이다. 내가 오늘 이후로 니놈 얼굴을 또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나 지금 정말 배신감 느끼거든!!! 그래... 체육관 운영 위탁, 봉술이 처남한테 넘어간 게, 니놈 수작 아니라고 치자. 백천만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 근데 말야! 너 이거 하나는 알아 둬야 해!!! 지금 이미 박봉술은 니 친구? 그 이상으로 커버렸어. 심사위원들이나 담당 공무원들이나, 너나없이 다 박봉술이 시장인 줄 안다고!!! 너 그러다 골로 간다. 먹을 만한 건 다 박봉술이 혼자 처먹고, 넌 봉술이가 싼 똥통에 빠질지도 몰라!”
“...... 여기 벨 어딨어? 소주 하나 더 시켜!!!”
열었던 귀를 닫고, 기은석은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화장실로 옮겼다.
잠시 후. 죽(竹)실의 점심 식사도 거의 끝나갈 무렵, 세연이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어색한 공기를 깨뜨렸다.
“우리, 바다 보러 갈래요? 네 명이서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