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걸음이
소름 끼치도록, 부끄러웠다.
어렵게 땅바닥을 떠나는 발뒤꿈치부터
다리를 지나 허리 위로
볼품없는 누더기가 채 못 감춘
걸레보다 더 초라한 몸뚱이의 느릿함을
쳐다보기 민망하여 고개 돌리는
자괴에 겨워
떼던 발 다시 뒤로 가
모래 위 추한 발자국 마구 비벼 짓이기다
멈춤 속, 영원으로 내버린 시간들
베고 누워 바라본 노을이 뿌예진 것은,
탁한 눈동자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서.
눈에 맺힌 것 털어내려 고개를 드니,
저만치 앞서 가던 내 아닌 것들은 이제
그림자도 안 보여
다시 떨군 시선 끝에.
사마귀에 뜯기다 도망쳤니.
절뚝이는 개미를 움직이는 건,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다...섯......
다시, 서서
걷기 시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