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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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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on May 17. 2021

다시 걷다.

더딘 걸음이

소름 끼치도록, 부끄러웠다.


어렵게 땅바닥을 떠나는 발뒤꿈치부터

다리를 지나 허리 위로

볼품없는 누더기가 채 못 감춘

걸레보다 더 초라한 몸뚱이의 느릿함을


쳐다보기 민망하여 고개 돌리는

자괴에 겨워

떼던 발 다시 뒤로 가

모래 위 추한 발자국 마구 비벼 짓이기다


멈춤 속, 영원으로 내버린 시간들

베고 누워 바라본 노을이 뿌예진 것은,


탁한 눈동자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서.

눈에 맺힌 것 털어내려 고개를 드니,

저만치 앞서 가던 내 아닌 것들은 이제

그림자도 안 보여


다시 떨군 시선 끝에.


사마귀에 뜯기다 도망쳤니.

절뚝이는 개미를 움직이는 건,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다...섯......


다시, 서서

걷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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