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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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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on May 18. 2021

육교

한 뼘씩 하늘 가까워지며 만나는

거기 또 다른 하루의 걸음들.


저 많은 채소 나물 다듬느라

새벽잠 버렸을 할머니 다디단 졸음 깨우는


다섯 살 배기 울음은

뭐가 그리도 갖고파 저리도 서러울까.


혼내다 어르다 지친 엄마 곁 스치며

학원 수업 늦을까 종종대는 공시생 품 안


문제집 손때를 힘내라 쓰다듬는

은은한 오후 햇빛이 서쪽 구름 사이 잠겨 들면


다시 한 뼘씩 지상을 덮는 땅거미로

잦아드는, 고달픈 하루 어치 삶의 조각들.


낮잠 깬 가로등에게 소곤소곤 들려주며

기억 서랍 열고 고이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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