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빗방울

첫 사람

by rainon 김승진

누군가, 처음이 있었을 것이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저기 저곳에 다다르고 싶었던

물고기처럼 헤엄은 못 쳐도, 그래도 꼭 가보겠다 맘먹었던

그래서, 그물을 걷던 손을 들어 노를 젓기 시작했을 그를


반기는 파도는 잔잔하였고, 햇빛은 따스하였을 것이다


뗏목은 평화롭게 하늘을 이고 바다를 구르며 나아가고

호기심으로 부푼 그의 가슴은 마구 달음박질하여 뗏목을 앞지르고

노를 잡은 팔뚝에서는 희망에 데워진 땀이 용솟음쳤을 그의


여행은, 그러나, 길지 않았을 것이다


가도 가도 끝내 닿을 수 없는 수평선 너머로 태양은 저물고

뜨겁게 뛰던 심장은 이내, 주림과 마름으로 타들어가고

팔뚝 타고 흐르던 땀이 밤바다 바람에 차갑게 식어갈 때 그는


아마도 별이 보고 싶었을 것이다


뗏목에 누워 바라보는 마지막 하늘은 이불처럼 포근했을 것이다

달빛을 따라 느리게 흔들리는 바다는 자장가처럼 아늑했을 것이다

끝내 닿을 수 없었던 수평선을,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을 그의 눈동자에는


가득하게 별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바다의 품에 영원히 안기며, 가슴에 하늘을 영원히 품고

다시 떠오른 찬란한 태양에 영혼을 던지며

바다와 하늘과 하나가 된, 첫 사람, 그는


어쩌면 별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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