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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꿀꽈배기 Oct 29. 2024

8장. 도대체 옛날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제가 의과대학에 진학한 지는 이제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고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던 시기도 10년 이상 지났습니다. 의사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요즘 사람들, MZ는 어떻다고 말이 많습니다. 저도 아직 기성세대도 아니고, MZ의 시작으로 분류되지만 요즘 사람은 아닌 저희 세대와 지금 새로 길을 여는 세대는 생각과 태도가 많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라테는으로 시작하는 옛날 의사들이 어땠는지 없어진 문화는 무엇인지 잠깐 살펴보려고 합니다. 제도적으로 나아진 것은 무한 당직이 사라진 것입니다. 정말 밤새워 일하고도 다음날 일해야 했습니다. 우리 위의 세대도 그렇게 배웠으니 그렇게 하라는 게 유일한 이유였고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젊어서 가능했지 지금 하라고 하면 며칠 못 버틸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환자만 봐서 되는 것도 아니고 과 회식이 있으면 당직서고 과외식 준비하고, 2차 3차 교수님들 모시고 다니다가 다음날 새벽에 다시 근무했습니다. 당직이 아닌 날 회식을 했으니, 그날은 당직입니다. 연속해서 근무합니다. 그것이 낭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다음날 맨 정신으로 판단하고 환자를 대할 수도 없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사고가 안 난 게 천만다행입니다. 당직 아닌 날 오더를 내다가도 교수님이, 선배님이 호출하면 하던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나가서 회식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에서도 사라져 가는 문화라는 것은 참 다행입니다.

비효율적이었던 100일 당직도 이제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충분한 휴식과 맑은 정신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직업인으로서 윤리입니다. 합리적이지 않은 과거의 제도는 사라져야 옳습니다. 신입이 춤을 추고 장기자랑을 하는 식의 과거 회식, 송년회 자리, 교수님의 사적인 심부름을 해야 하는 불합리한 요구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인턴 때는 원하는 과에 들어가기 위해 해당과 선배들의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일부과에서는 본인 집청소와 잔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과에 들어간 이후에는 입국비라는 이름으로 돈을 내야 하거나 윗년차의 당직을 대신 서주거나, 개인적인 심부름, 주말 학회 때 교수님을 모셔야 하는 잔업도 따라옵니다. 당연히 본연의 입무인 환자를 보고 환자를 잘 보는 방법을 공부하는 데는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보다 줄을 잘 서는 사람이 유리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 때부터 특정 동아리에 들어가서 선배님을 잘 모시는 게 공부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족보가 의대생부터 만연합니다.

언어적인 폭력은 비일비재했습니다. 윗년차, 교수라는 이유로 폭언은 흔했고, 일을 넘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물리적인 폭력은 다행히 사라지고 있던 시절이었지만 심심치 않게 폭력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소문은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술자리, 회식자리에서 성적인 발언이 있어도 다음날 쉬쉬할 뿐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장은 의료계의 나쁜 관행에 대해 자기고발하기 위해 쓰였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누군가를 이제 와서 처벌하기도 어렵고, 개인은 그 사회분위기에 휩쓸려서 잘 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래도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남은 부분은 더 고쳐나가야 합니다. 아직도 기성세대 의사들은 과거에 나는 이렇게 했는데 요즘 의사들은 근성이 없어 그때가 좋았는데 같은 구시대적인 발언을 합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짧은 기간 미투 운동과 같은 변화로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이 생기고 부작용도 물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늘 그렇듯이 무고한 사람이 나오지 않게 제도적인 보완은 해야 합니다. 의사 집단은 상당히 폐쇄적인 단체입니다. 내부적으로 악습도 오랫동안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변화를 원하는 젊은 의사들의 힘으로 많은 악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과거의 악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옛날 의사라서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수련받는 환경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여전히 힘든 과정이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환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그만큼의 시간이 자유 시간, 노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충부한 휴식을 취하고 조금 더 맑은 정신으로 고민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을 해야 의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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