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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이 May 10. 2024

영이샘의 여주 역사여행길3

여주의 돌을 찾아 떠난 여행3편 여주 선돌을 만나다. 

여주의 마을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마을입구에 마을을 알리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어떤 곳은 장승이 있기도 하고, 큰 느티나무가 있기도 합니다. 요즘은 현대식 입간판을 세워 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마을 입구에 들어설 때 무엇이 있냐에 따라 마을의 첫인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마치 학교 교문이나 집 대문에서 느끼는 첫인상이 다른것처럼이요. 


 북내면 석우리는 다른 마을과 달리 입구에 커다란 돌이 하나 세워져 있습니다. 선돌이라 불리는 청동기시대 유물입니다. 고인돌은 잘 알아도 선돌은 아는 분이 많지 않을 겁니다. 선돌은 이름 그대로 돌을 세워 기념물 또는 신앙대상물 등으로 삼은 선사시대 유물입니다. 석우리 선돌의 경우는 선돌을 사이에 두고 북쪽 마을(담모랭이)과 남쪽 마을(돌담)을 구분하고 있다고 하고, 1900년대 까지만 해도 이곳이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였던 점으로 봐서 경계의 역할을 한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기도 2미터가 넘으니 멀리서 봐도 동네를 구분짓는 표식으로 충분했을 겁니다. 

여주 북내면 석우리 선돌

석우리 선돌과 생김새가 비슷한 선돌은 강천면 가야리에도 있습니다. 석우리의 경우 마을 입구에 있고 표지판도 정비되어 있어 찾기가 쉬웠지만 강천면 가야리에 있는 선돌은 찾아가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재춘 세종신문 편집국장님의 안내로 논 한가운데 있다는 선돌을 찾아봤는데요. 정말 주변에 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왜 이런곳에 돌이 세워져 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몽골에 여행갔을때 길의 출발점에 세워져있던 '어워' 라는 돌무더기가 떠올랐습니다. 몽골사람도 그리고 여행자들도 길을 가다 어워를 만나면 반드시 차를 세워 어워 주변을 돌며 안전여행을 기원 했습니다. 선돌도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요? 한해 농사를 준비하기전 논을 갈면서도 고개숙여 모내기 하다가도 문득 선돌을 보며 올한해 농사가 잘되길, 내 가족이 굶지 않고 무사히 한해를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을 겁니다. 

함께 동행한 이재춘 세종신문 편집국장과 강천면 가야리 선돌

뭔가를 빌고자 하는 목적으로 세워진거라 추측되는 선돌은 점동면 처리에 있는 선돌도 있습니다. 선돌앞에 제사를 드리기 위한 판석이 있는 걸로 봐서 그런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처리선돌은 지금 현재는 시멘트 공장 한구석에 안쓰럽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멘트라는 현대문물의 상징물에 밀려나 찾는이조차 없이 잊혀져가는 옛 유물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기특한 마음이 들어 살짝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점동면 처리 선돌과 선돌이 위치한 도봉콘크리트 공장


저는 고인돌도 그랬지만 선돌도 그저 무심한듯 우직하니 서 있는 모습에서 정겹고 듬직함이 느껴졌어요. 먼 옛날부터 누군가는 멀리 떠났다 마을 입구에 있는 선돌을 보며 ‘아 우리마을이구나’ 이렇게 반가운 마음이 느껴졌을 겁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선돌을 보며 농사가 잘되길, 우리마을과 우리가족이 무탈하길 빌었을 겁니다. 선돌은 그냥 돌이 아니라 오랜 세월 비바람 맞으며 수 많은 사람들을 지켜보고 그들이 마음속으로 빌었던 이야기를 들었을 존재입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선돌을 만지며 그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제 이야기도 들려주도 싶었습니다. 묵묵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며 큰 욕심내지 않는 작은 소원 하나쯤은 들어줄거 같았습니다. 


석우리 선돌은 안내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찾기가 쉽습니다. 선돌과 고인돌이라는 청동기 대표 유적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훌륭한 역사 유적입니다. 처리 선돌은 공장내에 위치해 있어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라도 찾아가 준다면 역사유적으로 존재감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바래봅니다. 마지막으로 조금은 특별하게 선돌을 만나고 싶다면 봄날에 가야리 선돌도 한번쯤은 가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가야리 선돌을 찾아 봄 논길을 걸어가면서 이상화 시인의 시 한구절을 떠올렸습니다 '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하는 푸른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논들 사이에 가르마처럼 나있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예쁜 머리핀이 꽃혀 있듯 선돌이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선돌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이름도 생김새도 봄과 닮아 있는 ‘봄맞이꽃’이 앙증맞게 피어있는 모습이 선물처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가야리 선돌 밑에 핀 봄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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