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매일매일 산책을 시키니 모모가 똥을 싸려는 신호도 미리 알 수 있었다. 솜털같이 가볍게 나를 앞장서서 걸어 다니다가 갑자기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뒷다리가 무거워진다. 바로 싸진 않고 나름 좋은 화장실을 찾아 잔디밭을 뒤뚱거리며 이리저리 탐색한다. 그리고는 바로 강아지 똥 싸는 자세. 강아지를 안 키웠을 땐 공원에서 똥을 싸는 강아지자세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었지. 이제는 밖에서 똥을 받는 재미까지 느낀다.
똥을 싸는 모모의 뒷모습을 보며 친환경 배변 봉투를 펼친다. 친오빠가 강아지 용품을 판매하는데 사업시작 초반에 거기서 얻어놓은 친환경 배변봉투. 언젠간 물어보니 더 이상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맞아. 딱 붙어있어서 봉투 펼치기도 너무 힘들고 잘 찢어져서 별로긴했어.'
판매중단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최근 모모는 기존 사료를 먹고 자꾸 몸을 비벼서 새로운 사료를 찾으려고 사료샘플들로 테스트 중이라 배변상태도 버라이어티 했다. 오늘 잔디에 싼 똥은 너무 물렀다.
'아 담기 힘들겠는데...'
심호흡을 하고 똥을 담았는데 한 번에 안 담긴다. 미끄덩. 반만 담겨서 손가락에 힘을 잔뜩 줘서 전부 다 담았다.
'휴... 똥 다 펐네. 다행.'
이라고 생각하며 배변봉투를 묶으려고 하는데... 똥이 담긴 봉투 절반이 비참히 찢겨 있었다. 묶어야 하는데. 묶으려고 손을 뒤척거리는데... 약지에 똥이 흥건하게 묻어있다... 갈색 손가락장갑을 낀 것처럼...
온몸의 세포가 깨어난다. 누가 볼까 손가락을 배변봉투 뒤쪽으로 돌려놓고 집으로 걷는다. 어제 테스트한 사료는 똥냄새라기보단 흙냄새에 가까웠다.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