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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구리 Nov 03. 2023

시내와 동떨어진 아파트에 살면 좋은 점.

신도시 청약 초반부. 청약을 넣는 사람들은 적었고 정보가 빠른 사람들이 시내 중간, 초중고가 붙어있는 황금자리에 아파트를 주워서 샀다.


신도시 청약 후반부. 뒤늦게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청약을 넣어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워서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없고 경쟁만 남아있다. 나는 몇 개의 아파트 청약에 떨어지고 청약통장님은 그냥 여기 살라며 신도시 측면 끝 아파트에 담첨되어 주셨다.


1. 걷기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가 대거 몰려있는 시내 중심상가에 학원도 우루루 생겼다. 아이들이 학원가는 시간에 차를 끌고 가면 좁은 상가 주차장에는 차를 댈 수가 없어 위치에 따라 15분~25분 걸어가야 한다. 왕복하면 50분. 병원도 중심상가에 다 몰려있다. 이것저것 볼일을 보러 중심가에 다녀오면 하루 걷기 만보 달성이다.


금요일 저녁, 저녁식사와 같이 맥주 한잔하고 싶은 남편을 위해 함께 걸어서 시내로 간다. 배부르게 먹은 후에는 산책을 하며 집으로 향한다. 일부러 아래 하천산책길로 돌아서 집까지 오면 몸에서 외식의 기름끼가 조금은 빠져있는 느낌이다.


2. 음식물 쓰레기가 덜 생깁니다.


구도심에 살았을 때, 지나가는 길에 슈퍼가 보이면 과자세일. 과일세일이 날 유혹했다. 집에 있는 과자와 과일은 다른 종류라며 새로운 걸 덥석 집어 샀다. 그리고 원래 있던 과일들은 냉장고 속으로 점점 파묻혀 한 달 뒤 형체가 흐물흐물해진 채로 내 눈앞에 나타나 당황스러웠다. 과자는 반절씩만 까먹고 닫아뒀는데 한참뒤에 열어보면 눅눅해져 있어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이사 후엔 집 근처를 아무리 걸어 다녀봐도 슈퍼가 없었다. 23년 5월에 완공된다는 집 근처에 유일하게 생길 예정이었던 대형식자재마켓. 마켓이 태어날 부지는 올라가는 옆 건물들을 뒤로하고 땅도 파지 않았다. 추진이 무산됐다느니 27년으로 미뤄졌다느니 이런저런 소문이 들린다. 슈퍼가 없어서 날을 잡아 마트에 가서 한 번에 장을 본다. 그리고 장본 것들을 빠짐없이 요리해 먹는다. 쉽게 슈퍼를 가지 않으니 사둔 것을 이것저것 파먹으며 식재료를 아끼며 생활하게 되었다.


3. 옆 부지는 비개발 지역입니다.


측면에 끝집이라 그 옆으론 공사현장이 아닌 자연 그 자체다. 바로옆의 작은 산과 밭은 사유지라고 하고 뒤로는 줄줄이 산이 이어져 있다. 우리 집 거실은 그 산을 향하고 있어 사계절 다른 옷을 입은 산을 바라보는 맛이 있다. 줄을 지어 떠나가는 철새도, 이름 모를 큰 새도 위를 날아다닌다. 마운틴뷰도 나름대로 아름다웠다.



달리생각하면 단점 천지지만 청약통장님의 뜻이겠거니 하고 좋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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