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면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조명을 셀프로 단 것. 이사할 새집을 둘러보니 주방에 넓고 뭉툭한 조명이 기본옵션으로 달려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널찍한 조명을 치우고 싶었다. 새집에 넣은 다른 가전 가구들은 대~충 골랐는데 왠지 조명은 내 취향대로 고르고 싶었다. 조명가게에서 직접 설치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3~4군데 조명가게를 둘러봤지만 완전히 마음에 드는 조명이 없었고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두꺼운 조명을 떼어내니 웬걸. 넓은 조명판 속에 꽤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기존 조명이 크다 보니 어차피 안 보일 것이니 편하고 크게 전기선구멍을 뚫어 둔 것 같았다.
내가 고른 조명이 도착하여 남편과 함께 달기 시작했다. 얇고 가벼운 느낌의 조명인데 아무리 맞추어 봐도 구멍이 가려지지 않았다. 식탁 위에서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노력해 봤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한 시간이 다 되어도 구멍을 가릴 순 없었다.
"여보, 이거 그냥 일단 달아 놓자. 달아놓고 나중에 구멍을 막든지 조명을 좀 더 옆으로 하든지 해보자고."
"그래."
그까이꺼 대충대충 부부는 일단 달았다. 내 맘에 드는 조명과 함께 보이는 천장구멍.
며칠 뒤 우연히 아파트에서 사용한 남은 벽지를 나눠준다는 입주민의 말에 이때다 싶어 천장벽지를 조금 받아왔다.
"여보, 천장벽지 받아왔어. 정말 똑같네."
"한번 대볼까. 음 먼가 땜빵한 것 같아 보이는데."
"그런가. 에이 몰라. 일단 붙이는 방법 찾아봐야 하니까 내버려 두자."
그렇게 천장벽지 조각은 서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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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그대로 1년이 지나갔다. 아직도 우리 식구는 구멍 뚫린 천장밑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