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입주 전 1차 사전점검. 사전점검은 입주 전 시공의 하자를 점검하는 것으로 도배, 자재, 가구, 창문 등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전문적으로는 단열 점검 및 누수 점검, 공기 질 측정등을 하여 집안의 하자가 있는 부분들을 아파트 시공업체에 수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새집이라고 해도 마루공사 후 바닥엔 상자가 깔려있고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그 공간에 아이를 앉혀두고 몇 시간 동안 남편과 함께 하자를 집어낼 자신이 없어 많이들 이용한다는 하자점검 대행업체에게 맡겼다. 대충대충 부부는 그냥 새로 사게 될가전가구의 치수를 재는 목적으로 입장하였다.
새집에 들어가기 전 주차장에서 하자점검 부위를 표시해 놓는 스티커를 받았다. 하자가 있는 부분에 스티커를 붙여 수리할 때 위치를 쉽게 파악하기 위해 붙여두는 용도였다.
남편의 말로는 업체를 끼고 하자를 찾아내면 보통 100~200개 정도의 하자가 나온다고 했다. 점검업체는 스티커를 붙여놓은 곳을 봐도 잘 모르겠는 미비한 하자들까지 다 잡아내었고, 우리는 약 120개의 하자에 대한 보수를 요청하였다.
몇 달이 지나고 2차 점검기간. 사전점검기간에 요청한 하자들이 보완이 됐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요즘에는 워낙 하자보수 요청이 많아 2차 점검 때 까지도 못하는 보수공사들이 많다고 했고, 입주 후 2년 안에 보수를 요청하면 된다고 했다.
점검업체는 우리 집의 경우 큰 하자는 없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작은 하자들에 민감하지 않아 이번에도 가전가구를 들일 때 필요한 사이즈를 한 번 더 확인하러 가는 용도로 재방문하였다.
그렇게 재방문한 집. 하자점검 여부를 쓱 돌아보다가 작은방으로 향했다. 작은방에는 우리가 주방 싱크대위에 두고 간 쓰다 남은 하자보수 스티커 종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스티커 종이는 뒤집혀 노란색 뒷면이 보였고 거기엔 무언가 적혀있었다.
'하자보수 측정 때문에 메모를 해놓은 건가.'
쓰레기를 치울 생각으로 스티커종이를 들어 올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여보 이거 좀 봐."
"뭐야. 이게? 헐."
"수리한 사람이 빈집에 적어놓고 갔나 봐... 당신이 시공사 전화해서 좀 뭐라고 해봐."
"아 진짜... 휴... 여보 우리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자."
여러 집의 하자보수를 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면 저랬을까 싶다가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