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만 원 들고 집계약 하러 갔다
청약, 넣기만 해 봤지 당첨은 처음이니까!
대기 15번. 애매했다. 어떤 사람들은 부부가 각각 넣어서 둘 다 당첨 됐다는데...
신도시의 변두리 아파트 대기 15번 통지를 받고 우리 가족은 마음을 비우고 강릉으로 향했다. 5월의 연휴, 강릉의 기온은 갑자기 33도까지 올랐고 덕분에 아이와 함께 따뜻해진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초여름 같은 연휴를 즐기고 있었다.
바다를 즐기는 중, 전화가 왔다. 3개의 집이 빠져서 3팀을 순서대로 모집하고 있었다. 연휴라서 전화를 안 받는 사람들이 많았고 결국 대기 15번까지 전화가 온 것이다. 우리는 계약을 하겠다고 하고 바로 달려갔다.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집이 4억 6천만 원인데 가서 계약하면 얼마 내야 함?"
"어~ 1%야 460만 원."
"확실해? 460만 원은 입출금 통장에 있지. 그럼 돈은 더 이상 준비 안 해도 되는 거지?"
"오브콜스!"
"진짜 460만 원 맞는 거지?"
"슈어~"
우리 집의 부동산 담당은 남편이었고, 나는 남편의 말이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믿었다. 몇 시간 뒤, 모델하우스에 도착을 했다. 남편은 아이와 밖에서 기다렸고 나는 불친절한 상담원을 상대로 자세를 꼿꼿이 했다.
"계약할게요. 얼마 이체하면 되나요?"
"아파트 분양금의 10% 내세요."
아니 무슨. 금액을 불러주면 되지 일부러 복잡하게 설명하지?
"460만 원 내면 되나요?"
"네?? 아파트 분양금의 10%라고요!! 4천6백만 원 이잖아요!!"
띠용.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을 그 자리에서 처음 알았다. 요놈남편. 남편에게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아이와 씨름 중인지 받지를 않았다. 불친절하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내가 졌다.
"저기... 지금 돈을 안 가져왔는데 지금 안내면 계약 못하나요?"
"네."
"어떻게 좀 방법이 없을까요. 연휴에 갑자기 연락을 받은 거라..."
"지인에게 빌리세요."
두 팀은 이미 계약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큰돈은 서울의 전셋집에 몽땅 들어가 있었고, 나는 진땀을 흘리며 스마트뱅킹을 열어보았다. 마이너스통장 2천만 원 쓰고, 적금을 깨서 2천6백만 원이다. 청약통장은 아직 계약확정이 안되어 깰 수 없다. 저축보험도 휴일이라 깰 수가 없었다. 한 번도 돈을 빌린 적이 없었는데 자존심을 뒤로하고 친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집계약 해야 하는데 대기 15번이라 넋 놓고 있다가 급하게 연락받아서 바로 계약을 해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 2천만 원 좀 빌려줘라."
"뭐? 보이스피싱 아니야? 푸하하하."
"아냐 나 지금 앞에 직원분 눈치 보여. 나만 지금 계약 못하고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빨리 좀 줘봐. 일주일 내로 갚는다."
"그래. 기회가 올 때 잡아야 하니 내가 돈 줄게."
평소에 부동산에 관심이 많던 친오빠라 내가 집을 산다는 거에 납득을 하고 돈을 빌려주었다. 여러 번 전화를 받지 않던 남편이 그제서야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왔다.
"여보 왜 이렇게 계약하는데 오래 걸림?"
"죽고 싶어?"
"왜?? 무슨 일???"
"460만 원이 아니고 4천6백만 원 이잖아!!!"
남편은 가계약 개념처럼 부동산에 100만 원 넣고 뭐 이런 건 줄 알았단다.
그래. 내 집마련은 처음이니 이해하자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