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게 빛나도 괜찮아

게으른 인간의 직장생활 5

by 모구리

유난히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항상 밝고 타인에게 친절하다. 낯을 가려 쭈뼛거리는 나에게도 다가와서 상냥하게 말을 건다.


'인싸는 다르구나.'


회사에서든 아이엄마들 중에서든 밝은 인싸의 이름이 나오면 모두 칭찬일색이다. 회사에서는 승승장구하며 주변동료들의 응원을 가득 받는다. 인싸 아이엄마는 아이의 유치원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학부모반장을 맡으며 활발하게 활동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도움으로 주변에 1평 남짓한 내 공간을 마련하여 흐리게 존재감을 내비쳤다. 그 작은 공간에서도 타인의 작은 눈총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가끔은 직설적인 말이 튀어나와 상대방의 기분이 상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밝은 별 주변에 잘 보이지 않는 흐린 별 같은 존재. 누군가의 거센 입김에 꺼져버릴 수도 있다.


아직도 아이엄마들 사이에선 많이 쭈뼛거리지만 회사생활은 10년을 하다 보니 낯선 신입행원 연수원에서 말 한마디 못하던 신입은 사라졌다. 사직서를 낸 마지막 지점에 발령을 받았을 때는 직장동료에게 '인싸'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다. 그 말을 듣고 놀라 퇴근해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당신, 예전보다 많이 밝아지긴 했지. 사람들이랑도 잘 어울리고."


남편은 소득의 상승과 회사생활이 나를 밝아지게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회사에서 완벽한 가면을 쓸 수 있기 시작한 그 시기부터 번아웃과 무기력이 서서히 오지 않았을까. 사람들이랑 자주 어울리고 밝은 별이 되어 주변사람들까지 비추어주는 건 내가 아니다. 연노란색의 흐린 별은 색깔을 잃고 슬퍼했다.


흐린 별은 한바탕 슬퍼한 후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흐린 별의 행복은 무엇인지. 나답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흐린 별스러운.


밝은 별 옆에 흐린 별. 처음엔 밝은 별만이 눈에 띄어 그것의 아름다움에 입을 쩍 벌린다. 하지만 어느새 밝은 별의 화려함에 익숙해지고 옆에 있는 흐린 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흐리지만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우직하고 믿을만한 별이라고 불러주기 시작했다. 세상이 모두 밝기만 하면 주변의 광경은 하얗게 되고 눈이 부셔 눈을 질끈 감게 될 것이다.


흐리게 빛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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