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라도 언젠가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

게으른 인간의 퇴직생활 6

by 모구리

밤에 잠이 오질 않아 또 *튜브를 보고 있었다. 새벽시간 알고리즘이 인도한 것은


[전업주부라도 언젠가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이런 식의 제목이 달린 영상이었다.


'아 나랑 상황이 달라 클릭하지 마.'


나의 속마음을 뒤로하고 나도 모르게 영상을 클릭했다. 영상 속 *튜버는 팩트만 시원하게 꽂아주는 타입이었다.


"여러분 언제까지 남편 월급에 의존할 겁니까. 그럼 나중에 주눅 듭니다."


"평균수명이 여자가 더 깁니다. 남편 죽어서 월급안나 오면 자식한테 의존할 건가요?"


"미혼인 자녀가 젤 호구예요. 미혼인 자녀에게 용돈 타 먹고 사실 건가요?"


"살 날이 깁니다. 아이 어느 정도 크면 빨리 나가서 일하세요."


댓글들도 *튜버의 말이 맞다며 대부분 옹호했다.


나는 번아웃 후 퇴사를 하며 어쩐지 아직까지 누구 엄마의 회사생활, 돈 버는 이야기에 민감하다.


"누구 엄마는 계속 일하고 싶다고 해서 작년부터 어디서 일한대."


라고 남편이 이야기하면 그런 이야기에 민감한 나는


"나는 10년을 일했고!! 그분은 10년을 쉬다가 일하시는 거잖아!!"


라며 급발진을 해버렸다.


난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건데 퇴사 후 다음 달 월급이 나오기도 전에 남편의 저런 말은 나를 민감하게 만들었다. 사실 남편덕에 이렇게 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내 마음을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씩씩한 남편은 나의 번아웃을 '약함'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날 새벽도 우연히 *튜버에 의해 팩트폭행을 당한 나는 조금 있다가 잠이 들었다. 꿈에서 나는 퇴사한 게 억울해서 숨이 턱 막히며 일어났다. 퇴사 통보를 했을 때부터 종종 이런 꿈을 꾸었다. 무언가 억울해서 숨이 턱 막히는 꿈. 퇴사직전 한 상사분과 식사를 하며 들은 말이 생각났다.


"후련하겠지만 가끔은 억울해서 잠을 못 잘 때도 있긴 할 거야."


대부분의 시간이 여유롭고 소소하게 행복한 일상이지만 정말 가끔은 억울할 때도 있었다. 내가 선택한 것인데도 말이다. 그 선택의 책임도 내가 지는 것이고 언젠가 이 감정에도 무뎌지겠지. 가끔 멘탈이 흔들리는 나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리면 금방 다시 평온한 일상이 찾아올 것이다. 이래서 팔랑귀는 정말 힘들다.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쉬기로 결정했으니 아이가 더 클 때까진 여유롭게 쉬고 하고 싶은 거 해. 그리고 쉬면서 마음의 심대가 단단해지기 위해 내면의 힘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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