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맨날 같은 옷만 입어요.

게으른 인간의 퇴직생활 4

by 모구리

편한 옷을 좋아한다. 입고 벗을 때도 편해야 하고 돌아다니고 앉아있을 때도 편한 옷이 좋다. 소재는 부들부들하고 한 사이즈정도 큰 옷이 자유롭고 좋다. 직장을 다닐 땐 계절별 직장룩을 5~6벌 정도 사서 돌려 입었다. 한 사이즈 크게 사서 불편할 건 없지만 쉴 때 입는 것 같은 느낌은 아니다.


주말엔 이른바 없어 보이는 옷을 입고 다녔다. 무릎까지 올 것 같은 길고 큰 검정 면원피스. 여유로운 주름치마에 여유로운 면티. 크록스 또는 통기가 잘되는 운동화. 뭔가 이런 차림을 하면 진짜 내가 된 것 같은 느낌. 나의 아이덴티티랄까.


퇴직하고 나선 회사 다닐 때 입는 옷은 멀리 처박혀 버렸다. 그리고 몇 벌 안 되는 쉴 때 입는 옷을 매일같이 입으며 아이 등하원을 시켰다. 분명 다른 옷이지만 대충 보면 그 옷이 그 옷 같아 보이기도 한다.


오늘도 그 옷을 입고 하원시키러 갔다. 평소엔 할머니가 등하원을 시켜 유치원 선생님들께서 내가 오면 누구를 데리러 왔는지 며칠 동안은 빤히 쳐다보셨다. 내가 아이이름을 말하면 얼른 아이를 데려와주셨다.


난 아무 상관없었다. 하원시키러 온 지 며칠 안 됐는데 못 알아보시는 게 당연한 거지. 그런데 이번에도 못 알아보신 선생님께서 머쓱하셨는지 아이가 신발을 신고 있을 때 나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셨다.


"매번 할머니께서 데리러 오셔서... 호호... 못 알아 봬서 죄송합니다."


"아우~ 아니에요~ 이제 제가 매번 등하원 시켜요."


그 말을 들은 아이가 뭔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딴엔 엄마가 매번 같은 옷을 입는데 우리 엄마를 못 알아보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우리 엄마는 맨날 같은 옷만 입어요!"


"..."


아이의 큰 소리에 선생님과 나는 마주 보며 얼어버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5초가 지났을까 선생님의 떨리는 눈은 내 옷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계셨다. 그리고 아주 부자연스러운 말투로


"아. 아. 엄. 마. 옷. 너~~ 어~~ 무 예쁘신데?? 선. 생. 님도 입. 고. 싶. 다."


그사이 아이가 신발을 다 신었고, 나는 급하게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나왔다.


"땡땡아 다른 사람한테 엄마흉을 보면 안 되는 거야."


"왜? 선생님이 엄마옷 입고 싶다고 했잖아?"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 며칠 뒤에 아이가 엄마는 왜 검정옷만 입냐고 물어봐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엄마는 살이 찌고부터 검정옷만 입게 됐어. 검정옷이 좋기도 하고. 이게 엄마 스타일이야."


"아 그래? 엄마는 살이 젤 무섭구나. 알겠어."


그 후로 비슷한 옷만 입고 다녀도 아이가 더 이상 옷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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