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날짜 확정 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10년이 넘게 근무한 대기업과 잡은 손을 하루아침에 떼버리는 느낌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근무일에도 하루라도 빨리 퇴사할 생각만 하는 거 보면 지금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퇴사 날짜만 나오면 속이 시원할 것 같고 적어도 한 달은 그냥 놀생각에 후련할 것 같았는데 30대 중반이 넘은 나이, 남아있는 대출금, 각종 현실적 문제들이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가족과 지인들은 퇴사를 아쉬워하는 마음이기에 퇴사 후의 고민거리들은 이야기해도 전달되지 않았다. 퇴사하면 고민 끝 아니냐며.
결국 퇴사 후 일들은 내가 해결해야 할 '나'의 사정인 것이었다.
며칠 뒤 고민을 들어주는 존재가 다가왔다. 몇 년 동안 꺼내보지 않고 아이 책장에 군데군데 숨어있던, 내가 과거에 읽었던 몇 권 안 되는 책들. 빛바랜 책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한 때 내가 좋아했던 책을 읽으며 불안의 불씨가 옅어졌다. 불씨가 커지기 전에 핸드폰으로 다음에 읽을 책을 주문했다. 책을 다 읽어가면 또 다음책을 주문했다. 불씨가 되살아나면 안 된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6권 정도의 책을 읽었는데 속에 있던 복잡한 고민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퇴사 관련 책만 보지 않았다. 힐링에세이, 공감에세이, 힐링소설, 추리소설, 자기 계발서 등 모든 책에 내가 원하는 구절이 한 줄이라도 있었다.
퇴사 전후에 생긴 집중력 부족으로 다른걸 잘 못했는데 어쩐지 책은 잘 읽혔다. 몇 장 읽다가 안 읽혀도 책갈피를 꽂아놓고 나중에 다시 보면 됐다. 책을 접고 어떠한 생각이든 하다 다시 돌아와 읽을 수 있었다.
자기 계발서는 오늘 하루를 잘 살아야겠다는 용기와 실행력을 주었고
에세이에서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나의 고민이 많은 사람들도 겪었던 문제라는 걸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소설은 엄청난 스토리와 상상력에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여기서 내 맘대로 책 추천
번아웃을 겪고 있는 당신 -> [리셋, 다시 나로 살고 싶은 당신에게]
아무 생각 없이 백수생활을 즐기고 싶은 당신 -> [즉흥적 백수 생활]
먼저 퇴사한 자들, 어떻게 살고 있지? 궁금한 당신 -> [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
직장인들의 인생, 20대부터 50대 직장인들의 현실적 고민들이 담긴 소설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2 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