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갱신 중인 인생 최대의 몸무게, 어깨통증으로 불편한 일상생활, 울글불긋 칙칙하게 생기를 잃은 피부,
그리고 무기력함.
철저한 자리관리로 건강과 회사생활 모두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승승장구하는 0 여자부장님.
최근 퇴근 후 필라테스를 시작하여 점점 외모에 물이 오르는 0 대리님.
비교는 잘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원인이 뭐였든 간에 내 모습의 현상태는 나를 그냥 방치한 결과.
아이를 낳고 복직 후 유니폼이 맞지 않았다. 꽉 맞아 숨쉬기 답답한 채로 몇 달 지나자 사복착용으로 변경되어 속으로 얼마나 만세를 외쳤던가. 하지만 사복도 점점 끼기 시작했다. 헐렁한 옷을 좋아하는 나는 더 큰 옷을 사고 -> 또 딱 맞아지고 -> 더 큰 옷을 사는... 것의 반복이었다.
일을 하다 긴장이 되면 손님 앞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어깨와 목에 힘을 잔뜩 주었다. 신입행원 때 생긴 습관은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팔을 내리고 있을 땐 괜찮은데 이제는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낼 때, 위에 있는 물건을 집을 때 등 팔을 위로 올리면 어깨가 아프다. 일상생활이 조금 불편할 정도로.
셀프피부관리는 나의 특기였다. 여름엔 기름기가 없는 수분에센스로 관리, 겨울엔 각질관리와 더불어 꾸덕한 보습크림으로 관리. 그러나 마음과 몸의 상태가 벅차기 시작한 후로는 거울도 잘 보지 않았다. 피부는 스트레스와 관리부족으로 점점 푸석해져 갔다.
몇 년 전부터인지 몇 개월 전부터 인지도 모르게 무기력은 내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익숙한 피곤함. 그냥 만성피로겠거니 하고 참고 일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고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었다. 점점 일을 할 자신이 없어지고 집중력도 저하됐다.
퇴근 후 집으로 와서 육아와 집안일도 하지 않고 누워서 핸드폰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집이 더러워져도 상관없고 아이가 티브이만 몇 시간을 봐도 신경이 안 쓰이고 내 모습이 아픈 것도 상관없었다. 그냥 누워서 쉬고 싶었는데 쉬어도 피곤했다.
그렇게 일은 억지로 하고 나 자신은 그대로 방치했다.
무기력의 여파로 퇴사 후인 지금도 집중력부족을 겪고 있다. 집에서 편하게 보는 상태인데도 드라마는 2화에서 나가기를 누르고 영화는 3시간짜리를 볼 엄두가 안나 시작버튼을 누르지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