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에도 지속된 무기력에 삶의 활력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이엄마, 개엄마가 아닌가. 아이등원으로 항상 일찍 기상, 멍멍이 산책등으로 필수적인 활동들을 하며 무기력을 차츰차츰 이겨내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것들은 생기지 않았다. 무기력한 사람이 필요한 생활을 하며 가끔은 웃으며 지내는 그런 느낌이랄까.
하루가 임시공휴일이 되어 모두 합쳐 총 6일을 쉰다고 한다. 은행을 다녔을 땐 만세를 외쳤을 것이다. 명절시작 직전 몰려오는 손님들을 응대하면서도 속으로 행복했겠지.
'나도 내일부터 쉰다' 라며.
휴일이든 평일이든 이제 월요병도 없고 그날이 그날이다. 주말에 오히려 아이와 남편이 집을 어지러 놓기 때문에 얼른 월요일이 왔으면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6일 연휴는 기대하지 않았다.
연휴 첫날 남편과 아이가 집에서 편히 쉬는 걸 보며 나도 그냥 이번연휴는 글도 쓰지 말고 편하게 쉬어 보자고 생각했다.
"맨날 쉬고 있었잖아?"
라는 남편의 말도 이제 한 귀로 흘려듣는다.
이번연휴 때 우리 가족은 나의 무기력병 강조로 그냥 집에서만 보내기로 합의를 했다. 집에서 푹 쉬고 낮잠까지 잠깐 자니 왠지 밤에 몸이 근질근질했다. 건강적신호가 켜진 내 몸에 다이어트가 꼭 필요한 것을 슬금슬금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녁부터 TV에 유튜브를 켜놓고 거실에서 다이어트 댄스를 따라 했다. 2~3일은 근육통으로 몸이 아파 다음날 너무 피곤했는데 5일이 지나자 운동 후 너무 개운하고 상쾌했다.
'아~이래서 운동을 하는구나.'
운동을 잊고 산지가 몇 년 인지도 모르겠다. 점점 내 몸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갔는데 지방이 축적된 뱃살이 차츰 부드러워지며 부피가 아주 조금은 줄어든 것을 느끼며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댄스는 밤에 하고 낮에는 무얼 할까 생각하다 당근에서 실내자전거를 구입했다. 실내자전거는 지루하긴 했지만 TV를 보면서 하면 어찌어찌 30분은 지나갔다. 10분 뒤부터 땀이 나기 시작하고 끝나기 직전엔 허벅지와 엉덩이가 너무 아프지만 30분이 지나 자전거에서 내려오면 고통이 기쁨으로 느껴지는 변태 같은 느낌.
처음엔 연휴라 치킨도 먹고 삼겹살도 먹고 나서 운동을 했고, 먹을 건 다 먹으면서 운동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점점 운동을 하면서 먹기도 덜 먹으면 다이어트효과가 확실할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날 저녁부터는 야채와 단백질, 지방으로 적절하게 구성된 포케를 만들어 먹었다. 남편도 같이 줬는데 만족했는지 저녁마다 이렇게 해 먹고 본인도 10킬로를 감량해 보겠다고 선언했다. 결혼하고 무지막지하게 살이 찐 부부의 늦은 깨달음. 그래도 지금이라도 정신 차렸으니 됐다 싶다.
게으른 사람이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는 새로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없었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연휴를 보내니 평소에 생각도 못했던 운동이라는 취미를 나의 취미로 만들어 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