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시간에 멍 때려 보셨나요?
모구리의 세계관 1
저만 그런가요. 일어나자마자 출근 준비를 하고 졸린 눈으로 회사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회의를 한다고 하네요. 전 직원이 다 앉아 있으면 뒷자리에서 멍 때리기 좋은 환경이 주어집니다.
"어쩌고 저쩌고 전략. 이러쿵저러쿵 덩기덕 쿵더덕."
멍 때리고 있으면 회의 소리가 저렇게 들리기도 합니다.
'에헤라디야. 말씀하세요. 저는 멍을 때릴 테 옵니다.'
저의 시선은 앞에 나와계신 지점장님 얼굴이 아닌 그 옆. 지점장님 얼굴과 옆 칠판 사이 허공에 초점을 맞춥니다. 얼굴에서 너무 멀어지면 티가 나니까요. 그렇게 허공을 바라보며 잠시 있으면 눈꺼풀이 반쯤 내려오고 눈동자는 고정되는 멍상태.
네. 직원들이 모를 줄 알았습니다.
집에서도 가끔 멍하게 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건 돌아가는 시끄러운 드럼 세탁기 속 거품천지가 된 빨래들을 세탁기 앞에 앉아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오래된 드럼 세탁기는 문이 투명해서 빨래가 돌아가고 있는 게 다 보였습니다.
하지만 새집에 이사하면서 엘*의 신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붙어있는 걸로 바꾸었는데요. 아뿔싸. 빨래를 바라보려 고개를 숙였는데 빨래가 보이질 않습니다. 문이 까맣게 되어 있었네요. 집에서 멍 하게 있어야 할 새로운 장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아파트인데 이상하게 생긴 베란다가 있어 쳐다보면 저층 테라스형 아파트 이더군요.
'아~ 너무 좋겠다. 저기서 테이블 하나 놓고 멍 때리면 딱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저의 로망은 테라스가 있는 집에서 테라스로 나가 커피를 마시며 밖을 바라보는 것이었는데요, 거기 앉아서 멍하니 있고 싶어 그렇게 생각했었나 봐요.
멍하게 있는 것도 명상으로 처도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