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모모와 나
나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혼자 길을 다닐 때 보다 강아지와 함께 가면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거나 대화할 일이 10배는 많이 생기는 듯하다. 산책을 나갈 때 모모와 비슷한 성격 좋은 강아지와 산책하는 성격 좋은 견주. 반대편에서 오고 있는 나와 모모를 보며 강아지끼리의 인사 및 나와의 스몰토크를 진행하려고 시선고정하고 내쪽으로 오고 있다. '걱정 마세요~ 즐겁게 인사하다 갈 거랍니다~ 룰루랄라~' 하는 상대방 마음속 말이 들린다.
모모는 성격 좋은 강아지를 보고 신나서 엉덩이 냄새도 서로 맡고 장난도 치려고 자세를 낮췄다 높였다 하고 기분이 좋아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돌리고 있다. 상대견주는 "아이고 너 몇 살이니 참 귀엽네"라고 모모를 보면서 말하지만 나는 안다 '모모는 6살이에요' 하고 내가 대답해야 한다는 것을...
그럴 때 나는 말이다.
1. 상대 견주가 말을 걸기 전에 강아지 인사만 시키고 얼른 "모모야 가자"하고 빠져버린다.
2. 강아지들끼리 눈이 맞아 서로 다가가는 중이지만 산책로가 넓은 길일 경우 못 본척하고 줄을 짧게 잡고 인사를 안 하고 지나간다.
3. 상대방이 나와 같은 느낌의 견주일 경우 강아지 인사만 시키고 사람들끼리는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며 강아지들의 인사가 끝나면 제갈길을 간다.
30대 중반이 되니 이런 모습의 나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가끔씩의 만남은 기분이 좋지만 너무 자주 만나고 길게 만나면 기력이 소진된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고 사람들과 친밀해지려면 서서히 친해져야 한다. 만남은 매일매일이 아니라 가끔씩 만나서 소통하면 된다. 이런 모습에 오해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괜찮다.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도 않아도 된다. 20대에는 성격상 보완점을 극복하고 이겨내려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다시 나를 받아들이고 이런 지금의 내 모습에 어울리는 시간들을 끌어다 놓을 것이다.
모모는 모모고, 나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