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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구리 Sep 07. 2023

강아지와 1일 1 산책.

퇴직 후 중요한 하루일과. 모모와 산책하기. 비 오는 날과 강아지 목욕시키는 날을 빼고는 매일 나가기로 다짐했다. 낮에는 아직까지도 바닥이 뜨거워서 주로 아침이나 밤에 한다.


퇴사 후엔 매일매일 산책을 하는데도 모모는 나갈 때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다. 엘비베이터 바닥 냄새에 코릉 킁킁거리며 시동을 건다. 배달음식냄새, 음식물 쓰레기냄새, 다른 강아지의 체취등 모든 것이 모모에겐 황홀한 냄새이다.


신도시 아파트단지 산책로에서 좀 더 내려가면 하천 산책로까지 이어진다. 잘 정돈된 신도시와는 달리 아직 제초작업을 안 했는지 하천변은 엄청난 야생이다. 여름 내내 온 비와, 내리쬔 강한 햇살에 잡초은 성인 키만큼 자라 있다. 


계획된 장소에 심어놓은 꽃들이 엉뚱한 장소에 중간중간 몇 송이씩 존재감을 뽐낸다. 번식의 위대함을 느낀다. 여름의 끝자락, 풀들은 자기 몸에서 가장 짙은 초록색을 뿜어내고 있다. 길고 긴 하천을 따라 우거져 있는 잡초들을 바라보며 고향에 온 것처럼 안정감을 느낀다.



모모가 풀냄새와 다른 강아지 소변냄새를 맡으려고 멈춰있다. 그 순간 나도 멈춰 서서 깊은숨을 마셨다 뱉는다. 진한 풀향기가 내 몸속 깊숙이 전달된다.


'살아있구나'


살아있음에도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모모는 핑계고, 나를 위한 1일 1 산책 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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