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아파트에 청약이 당첨되고부터 직장동료나 아이엄마들은 나에게 자신이 본 신도시 엄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신도시옆 구도심에 살고 있는 직장동료는
"내가 신도시 영어유치원 상담하려고 갔었는데~ 앞에 이미 상담하고 있는 애엄마가 아우비 차키랑 샤놀 가방을 들고 미워미워구두를 신고 있는 거야~ 나 완전 주눅 들어서 얼른 상담하고 그냥 등록 안 했잖아~"
같은 동네에 살던 발이 넓은 아이엄마는
"다른 신도시에 이사 간 지인이 있는데요~ 거기 사는 애들, 옷이 다 명품이래요~"
"애들은 키가 점점커서 명품사도 1~2년 밖에 못 입히는 거 아니에요? 전 그냥 지금 이런 캐릭터 그려져 있는 옷 입히려고 하는데..."
"우리 애도 다 그런 옷인데요~ 이 동네야 그렇지, 애들이 다 명품옷 입고 있으면 또 신경 쓰이나 봐요~"
"그래요?"
"그리고 신도시 엄마들 여기처럼 이렇게 서글서글하지 않은가 봐요~ 되게 싸-하다고~~~"
"아하하..."
명품에 관심이 없는 나는 그냥 적당히 장단만 맞춰주었다. 포털사이트에 신도시맘이라고 검색만 해봐도 신도시맘 극혐, 신도시맘 갑질, 그리고 이미지화면에는 몸에 쫙 달라붙는 미시원피스들이 나온다. 그리고 바로 그 원피스에 명품미니가방을 메고 재치 있게 신도시맘을 표현한 서준맘의 이미지까지(서준맘 유튜브 좋아합니다). 과연 이것이 신도시 엄마의 대표 이미지란 말인가.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등하원을 직접 시키는 요즘 유치원까지 걷다 보면 초등학교, 유치원 아이엄마들을 많이 만난다. 엄마들은 운동복, 청바지, 본인스타일의 헐렁한 원피스 등을 입고 있었고 어딜 봐도 몸에 쫙 달라붙는 미시룩은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대화를 해보면 검소한 분들이 많았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겨울에도 낮에는 난방을 꺼두고 대신 옷을 따뜻하게 껴입는다는 A엄마, 공기청정기는 고기 구워 먹을 때만 간간히 킨다는 B엄마, 요가교실을 다니지 않고 홈트와 아파트 내 헬스장을 이용한다는 C엄마. 많은 분들이 알뜰살뜰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신도시맘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일까. 구도심에도 명품을 두른 아이엄마는 많이 있을 것이다. 신도시가 새로 개발한 지역이다 보니 기존 구도심에 터를 잡고 있는 중장년층은 신도시 유입비율이 적다. 대신 어린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이 내집마련을 위해 신도시로 이사를 한다. 젊은 엄마들이 많다 보니 특유의 개성 넘치고 본인주장이 센 엄마들의 비율도 구도심에 비해서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신도시의 엄마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까.
각자의 결대로 빛이 났던 20대가 끝나고 이제는 아이를 키우며 30~40대가 된 신도시 엄마들. 명품을 걸치던 보세를 걸치던 각자의 스타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걸치고 유치원상담을 가던, 아이에게 명품옷만 입히던, 그 모습에 대해 흉을 볼 필요는 없다.
또한 그런 맘들만 신도시 맘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