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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06. 2023

6. 엄마 잠 깰라 쉿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그 시절엔 하루가 온통 놀이였던 것 같다.

특별할 것 없는 구슬 하나, 공 하나, 혹은 길에서 주운 납작한 돌 하나만 있어도 하루 종일 놀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친구들과 늘 같이 학교에 걸어가고 돌아오는 길마저 함께 돌아오면 남은 시간은 종일 함께 노는 게 전부였다. 집에 가방만 던져두고 숙제나 일기 정도는 가볍게 미루고 달려 나가기 바빴다.

종일 같이 놀고도 뭐가 부족했던지 매일 만나면 신나고 함께 하는 기쁨은 끝이 없었다.

우리의 성장과 배움은 9할이 놀이에 있었던 것 같다. 

일상에 바쁜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놀이에 관여하지 않으셨고, 딱히 지금처럼 위험하지 않았던 시절 덕분에 우리는 부족함 없이 놀고 자랐던 것 같다.

친구들과 함께 하던 시시껄렁한 놀이, 조금 자라서는 괜한 사춘기를 핑계로 객기를 부리던 사소한 일탈들을 하면서도 크게 어긋나지 않았던 것은 그 별거 아닌 놀이에서 배운 삶의 지혜 덕분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놀이를 모르는 것 같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학원에 가서 하루를 마칠 수밖에 없는 현실로 인해 놀이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순순한 의미의 놀이로는 더 이상 아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게임, 그마저도 최첨단의 기기에 의존해야만 놀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무에서 유처럼 놀이를 창조하고 즐거워하던 부모 세대의 놀이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는 신기루 같은 이야기로 남아 있다.      


부모는 그나마 남은 아이들의 놀이마저도 빼앗으려고 한다. 

방송에 나온 어느 박사들의 현란한 언어를 수용하여 정서적 위험이라든지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이대며 아이들의 놀이를 금지시키려 한다. 

또 다른 부모들은 방치한다. 자신들이 아이와 함께 해 주지 못하는 시간과 사랑에 대한 보상으로 게임을 허용한다. 또는 그들 자신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으려는 핑계로 아이들을 그들만의 세계에 가두어 두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주어야 한다.

우리가 놀았던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아이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깟 공부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놀게 해주고 싶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는 부모가 아닌,

적어도 새로운 시대는 인간 본성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것이 최고의 재능이 될 거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언을 믿고 싶다. 




엄마 잠 깰라 쉿        



 

돌아 왔다 엄마 잔다

살금살금 고양이

방에 가서 몰래몰래

게임도 한 판 하고

만화도 맘껏 읽고          


곰곰이 생각하면 못 했던 일 천지인데

갑자기 두근두근

생각은 가물가물

뭘 할까 무얼 할까

우물쭈물하는 사이    

      

엄마는 뒤척뒤척

내 신경은 쭈빗쭈빗   

  

조금만 더 쿨쿨 자요

못해본 일 생각하면 끝도 없는데

30분만 더 있으면 하늘도 날 텐데

한 시간만 더 있어도 세계를 여행할 텐데          


문소리만 쿵쾅쿵쾅

발소리만 콩콩콩콩           

윗집애들 얄밉다



# 작품 소개


요즘 아이들은 방과 후에도 쉴 시간이 없습니다. 학원에 다니느라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 어려워 엄마 몰래 놀 궁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동시의 주인공은 어느 날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기회를 틈타 그동안 못해 본 게임도 하고, 만화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있네요. 하지만 그마저도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네요.

엄마는 뒤척거리며 언제 잠이 깰지도 모르는데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상상은 점점 커져 가는데 위층에 사는 꼬마 동생들은 눈치도 없이 쿵쾅거리며 뛰고 있네요.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모처럼의 여유를 방해하는 상황에 대해 너무 화가 날 것 같아요. 엄마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감과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대비되어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 창작 아이디어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모르는 비밀을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비밀 일기, 비밀 창고, 비밀 서랍, 비상금 등 자신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에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거짓말은 나쁜 것이지만 가끔은 너무 지나치지 않은 거짓말은 알고도 넘어 가 주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도덕성만을 강요하는 아이들은 오히려 더 자신만의 세계에서 비밀을 만들어 숨겨둘 수도 있습니다.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도록 용기를 주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비밀을 동시로 표현해 보도록 하는 것도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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