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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05. 2023

5. 엄마 그림자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예전에 결혼한 여자는 대부분 전업주부였다.

남편은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책임졌고, 아내는 살림을 맡고 아이들을 양육하였다.

각자의 몫을 다하며 가정을 지켜왔지만 또한 각자의 무한한 희생을 통해 가정이 유지되었다. 

힘든 삶의 무게를 짊어지면서도 부모는 자녀를 키워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만 여겼다.      


시인과 동화작가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기로 했다.

자신의 꿈을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서로에게 만들어주는 부부가 되었다. 

시인은 아내의 믿음을 바탕으로 생계를 위해 선택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교육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동화작가는 남편의 지원으로 바라던 학업을 지속하며 인생의 커리어를 한 단계씩 성장시킬 수 있었다.      

시인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교육에 많은 정성을 쏟을 수 있었다. 외부 일이 많았던 동화작가를 대신하여 아이들을 돌보면서 좋은 아빠가 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엄마는 큰 존재였다. 사소한 작은 일에도 엄마의 도움은 무엇보다 적절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아무리 아이들이 성장했어도 잠시 동안의 엄마의 결핍, 아내의 부재에도 집 안의 적막함과 어색한 일상의 무게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엄마는 그림자처럼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시인도 인생의 모든 긴 순간마다 엄마라는 소중한 존재를 필요로 했다. 

어느덧 성인이 되고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나서야 시인은 부모의 존재감, 엄마가 준 사랑의 무게를 체감할 수 있다.      

엄마는 늘 그곳에 그대로 계실 것으로 알았다. 

어느 날 문득 주름진 손과 듬성듬성 하얗게 변한 머리를 보고 부모님의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시인이 엄마에게 되갚진 못한 사랑은 아이들에게 대물림 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림자처럼 우리 곁에 있던 엄마의 존재가 너무 멀어지지 않은 지금이라도 다시 손을 잡아드려야 한다. 언제나처럼 받아온 사랑이 끝나기 전에 엄마의 사랑에 대답해 드려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존재를 지켜주는 시간과 정성을 다하고자 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늦지 않게 엄마와 함께 하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엄마 그림자          


   

기다리다 세어 본다 엄마 발걸음     

또각또각 걸어서 몇 걸음 남았을까     

들리지도 않는 바람 길어진 귀에다가     

달빛은 그림자로 대답을 한다          


어제 남긴 그림자가 아직 안 말라     

창문 틈 어딘가에 남았으려나     

오늘은 아빠 옆에 누워있어도     

심장소리보다 빨리 그림자가 길어진다          


행여나 달빛 가린 구름 속에서     

엄마는 종종걸음 서두르시고     

그림자 한 뼘 먼저 연락하려나     

잠든 눈 뜨지 않고 기다린 뺨에     

엄마의 숨결처럼 따뜻하게 덮이는     

그림자 뽀뽀      




# 작품 소개


아이들에게 엄마는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아빠가 있어도 엄마가 없는 아이들이 사회적 심리적 발달 과정에서 겪는 단절감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게 됩니다. 

엄마가 집에 없을 때 가족의 모습은 참으로 엉성하고 어색해 보입니다. 엄마는 혼자서 뚝딱 해치우는 집안일들을 아빠랑 아이들만 남겨둘 때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겨우 해낸 일상의 작은 일마저도 임시방편의 아수라장이 되기도 합니다. 

엄마의 손길은 마법 같은 것입니다. 

요즘은 맞벌이로 엄마도 늦게 들어노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아빠의 경우와 달리 엄마가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굳이 아빠가 못하는 일도 아닌데 엄마랑 말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잘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기 자신만의 세계로 성장해 가는 시기를 거치면 점점 엄마의 손길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때로는 지나친 간섭처럼 느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누구나 힘들고 치칠 때, 어려운 일만 생기면 엄마를 찾아 그 품에서 쉬고자 합니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엄마는 늘 그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고, 우리는 늘 돌아가 쉴 수 있는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소중한 마음이 담긴 동시를 읽으며 지금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엄마의 모습에 한 번 더 고마워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 창작 아이디어


아이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사람은 아마 엄마일 것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 모두의 하루는 엄마의 손에 의해 시작되고 마무리됩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생활하면서 보여주는 관심은 어쩌면 자신의 일상을 돌봐주는 엄마에 대한 작은 감사에서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일상을 기록해 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면 왜 그런지, 어떤 일이 가장 큰 어려움인지 함께 공유해 봅시다. 서로의 일상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서로 도울 수 있다면 더 많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의 일상이 동시가 되고,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이 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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