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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06. 2023

7. 내 옷이야 형 옷이야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니 거 내 거 구분이 없었다. 

형이 입던 옷은 당연히 내 차례가 되었고, 쓰다 남은 학용품들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굳이 절약이라고 하기보다는 모든 게 부족했던 그 시절에는 당연한 삶의 방식이었다.      

더 이상 맞지 않던 옷 때문에 투정 부리던 어느 날.

새 옷 한 벌, 새 운동화 한 켤레를 큰맘 먹고 사주실 때의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옷걸이에 걸어 두고 곱게 아껴 두거나 혹시나 흙이라도 묻을까 조심조심 걸어 다니던 기억이 난다.      

물질적 풍요 속에 아나바다 같은 말은 역사의 유물이 된 것 같다.

친환경이니 리사클리닝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긴 했지만 어느새 우리는 물질에 대한 욕망을 충족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개인의 소유에 익숙해지면서 자신의 몫을 더 이상 나누려고 하지 않았고 나눌 필요도 없게 되었다.      

채우고 채워도 욕망의 끝은 없다. 

버리고 버려도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우리들은 헛된 소유에 집착하고 있다. 

무소유를 이해한다고 하지만 누구 하나 내 것을 내려놓지 않는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말은 유효하다. 

그 시절 우리는 내 것을 주고도 서로가 나누어도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그들의 것이 내 것이 되고, 그마저도 내 것이라고 할 필요도 없는 삶이었다.      


아이들은 소유에 익숙해져 있다. 

필요 이상의 관심과 사랑이라면 명목으로, 혹은 물질만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전부로 착각하거나, 물질로밖에 보상해 줄 수 없는 부모로서의 책무 같은 이유로 넘치도록 물질적 풍요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행복에 갈증을 느낀다. 

우리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부모 각자의 삶에 지쳐 미처 챙겨주지 못하는 사랑에 대해 목말라하고 있다.     

‘최소량의 법칙’이 있다. 

식물을 키울 때 아무리 많은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해도 아주 작은 필수 영양소 하나가 부족하면 식물의 성장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대항해시대를 항해하던 선원들이 흔한 비타민 부족으로 질병에 고통받았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미 충분한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였다고 완벽하게 성장할 거라고 믿는 부모들이 있다면 알려 주고 싶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잠시 망설였던 칭찬과 무심코 지나치던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일 것이다. 

작은 사랑 한 줌이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완성하는 마지막 해답이라는 걸을 기억했으면 한다.





내 옷이야 형 옷이야           


    

내 팬티 어디 있어?”          

동생 줬단다

동생한테 딱 맞단다   

       

팬티도 내 거 없으면 

어쩌라고 어휴 나 참  

        

어차피 내가 형님

내 옷 물려주다 보니 새 옷은 내 거였고      

어차피 내가 언니

예쁜 옷은 내가 먼저 동생보다 입었는데    

      

동생 키 쑥쑥 크니 

네 거 내 거 형 거 내 거

언니 옷도 딱딱 맞네          


아침에 늦게 깨면 짧은 바지 입어야 해

동생이 더 예쁘면 내 옷은 맨날 그 옷      

     

옷 하나도 언니 형님 노릇하기 쉽지 않네




# 작품 소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옷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옷에 대한 욕심이 많아 자기 옷을 따로 사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예전처럼 큰 아이 옷을 물려 입히기도 쉽지 않습니다.

큰 아이의 옷을 물려 입히다 보면 어느 순간 두 아이의 옷 사이즈가 비슷해지는 때가 옵니다. 이 때는 아이들끼리 옷을 가지고 경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형제자매들끼리 예쁜 옷을 먼저 입고 나가려는 경우도 있으니까 아이들의 심정도 이해가 됩니다.

예쁘게 입었던 옷을 잘 물려주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됩니다. 꼭 친 형제자매의 옷이 아니더라 요즘은 중고 거래나 나눔 장터들이 많아서 예쁜 옷을 구하기 쉽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서 마음에 드는 옷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경험을 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도 새 옷을 입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조금 이해해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창작 아이디어


아이들은 자신만의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학용품, 옷, 장난감 등 자신의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새로운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합니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들에 대해 왜 소중한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물건과 얽힌 이야기를 잘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글감이 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소중히 간직한 인형 이야기, 어릴 때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팽이 같은 물건이라면 충분히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자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물건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작가가 되기 위한 가장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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