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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06. 2023

9. 불공평해 내 밥상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입맛은 변한다.

시인은 어린 시절 회가 흔한 고향에 살았음에도 그리 회를 선호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입맛이라는 게 원래 달고 짜고 기름진 거에 먼저 반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간식이 흔한 시절도 아니었기에 그저 늘 주어지는 입에 맞는 몇 가지 음식에 길들여져 자랐다. 

취업을 하고 회식 때 처음 제대로 회 맛을 알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스턴트 음식에 적응한 것도 마찬가지다.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특유의 중독적인 맛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자연식보다 외식, 즉석식품, 배달음식에 더 손이 자주 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찾아간 사찰을 구경하고 내려오던 중 맛을 본 비빔밥을 먹고는 자연이 주는 음식의 맛에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음식은 한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해보겠다."  

『미식예찬』으로 유명한 프랑스 미식가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의 유명 어록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우리의 입 속에 들어가는 음식이 우리 몸의 전부를 결정한다는 동양의 음양오행관을 설명하지 않아도 좋다.

음식이야말로 한 인간의 역사를 설명하는 키워드라는 것에 동의한다.      


아이들의 참으로 순수하게 처음 본 세상을 받아들인다. 

본인만의 체질이나 운명적인 본성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어린 시절 백지 같은 존재로서 받아들인 모든 것에 우선적으로 익숙해지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심성의 모습이든 육체의 완성이든 이루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어린 시절 건강한 음식의 맛을 깨닫게 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다. 자신을 완성하는 숭고한 과정으로서 바람직한 음식을 대하고 완벽한 섭생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아이들을 둘러싼 음식의 환경은 참으로 초라하고 볼품없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넘쳐나는 음식과 유혹적인 미식의 세상에서 그것이 사람에게 독이 되는 것임을 스스로 깨우치지 못한다면 우리는 죽음을 재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늘 함께 앉아 자녀들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건강한 대화와 맛있는 사랑이 함께 하는 식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다. 





불공평해 내 밥상     



          

아빠 밥상 앞에 보니

고기 한 점 놓여 있네   

  

어쩜 저리 

얄밉게도 맛있게도

쩝쩝쩝               


동생은 드러누워

엄마가 떠먹여 준

생선 살 짭조름한

그 맛 참

날름날름    

           

이게 뭐야 

내 밥상에

김치 하나 김 한 장     


소시지 한 개라도 

달걀 하나 해 달라도

편식보다 더 심한 엄마는 불공평해






# 작품 소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식탁 앞에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함께 식사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요즘은 가족들 모두 따로 식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을 가지는 것은 자녀들을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식사 예절에서부터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것까지 모두 식사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일주일에 1~2회는 같이 식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우리 아이들의 식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마도 편식일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야채나 우리 전통 발효식품보다 자극적이고 달고 기름진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 있어서 건강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밥상 앞에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특정 음식만 먹는 편식이 심한 경우도 많은데 어릴 때 확실히 식사 습관을 바로 잡아주어야 평생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동시에서 주인공은 편식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가족 중 자기에게만 소홀한 엄마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큰 아이들의 경우 동생이나 아빠에 밀려 엄마의 관심이 소홀해질 때가 있습니다. 자신만 신경 써주지 않는 엄마에 대한 아이의 솔직한 심정이 동시 속에 잘 들러나 있네요.




# 창작 아이디어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가장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일단 맛이나 식감을 표현하는 다양한 표현들을 활용하여 재미있는 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짠돌이 엄마, 선생님의 고춧가루처럼 매운 잔소리, 물컹물컹 두부 같은 아빠 뱃살 등처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다양한 음식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겨울밤 아빠가 사 온 고구마의 맛과 향기에 얽힌 사랑 이야기, 할머니가 몰래 숨겨두었다 꺼내준 곶감 이야기, 시원한 냉면을 좋아하는 아빠와 라면을 좋아하는 나, 수박화채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실수 이야기 등 우리 주변에서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는 참 많습니다. 아이들이 먹고 있는 모든 음식들에 대한 추억과 즐거운 이야기들을 모아서 동시로 만든다면 참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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