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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Oct 06. 2023

8. 공주라서 미안해 왕자라서 속상해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교과서며 공책에 빽빽이 낙서를 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쓰거나, 이름 모를 만화의 주인공들을 그려 놓았다.

싫어하는 사람을 놀리거나 좋아하는 아이의 이름을 써두고 웃음 짓던 그런 순간들의 기억.

가끔은 책상 모서리에도 빼곡하게 흔적을 남기고 오는 날들이 많았다.     

 

상상은 무한대로 뻗어 굳이 종이가 필요하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확장을 거듭해 나갔다. 

일요일 아침의 특선만화는 상상력의 근원이었고, 몰래 간 만화방에서 만난 주인공들은 나 자신이었다.

우리는 왕자였고 공주였으며, 늘 악당을 물리치기 바빴다.

우리는 최고의 부자였고, 힘이 센 장수였으며, 누구나 우러러보는 미남미녀였던 순간이었다.

우리가 만들어 가던 상상 속에서 우리들의 미래는 만들어졌고, 거창하게 꿈이나 장래 희망 등으로 바뀌면서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참 답답하다.

굳이 거창한 꿈은 아니어도 아이들만의 엉뚱한 대답을 들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실망을 하기 때문이다.

꿈이 없다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도 없다는 느낌, 그냥 본능적으로 일상에 안주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암담한 마음을 추스른 경우가 많았다.  

    

상상할 필요조차 없다는 말도 있다. 

모든 것이 다 주어져 있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에게 상상을 요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막연한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기도 한다. 애당초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주입식의 교육이 주는 압박,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감만 손에 쥐어준 채 어떻게 상상의 나래 따위를 운운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들의 상상이 그립다. 

우리가 살아갈 그 후의 세상은 그들의 상상으로 채워질 것이다. 

부모 세대인 우리는 이미 짐작조차 할 수 없이 빠르게 변하게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아이들을 통해서라도 미래의 단면을 발견해 보고 싶다. 

상상이든 꿈이든 그 한계 없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가장 요구되는 건 아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볼 수 있는 기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부모가 해야 할 가장 큰 책무일 것이다.           





공주라서 미안해 왕자라서 속상해       


   

신데렐라 가방 메고

맨날 천날 학원 학원

왕자님은 기대도 안 해

그냥 10시에라도 돌아가고 싶은데

호박마차는 오지 않고

학원 버스 만원 버스 

          

나쁜 마법사를 무찌르러

학원에서 예습 복습

공주를 만나려면 진도를 끝내야 해

연필 들고 지우개로 적들을 무찌를까

마법을 풀어야지

문제집만 풀고 오네    

      

공주라고 별 수 없네

예쁘다고 공부 안 하나 뭐

왕자라고 안 봐준다

시험 치고 또 공부해          


공주라서 공부해 미안해도 또 공부

속상해도 왕자니까 공부해야 주인공





# 작품 소개


아이들은 상상력을 통해 성장해 나갑니다. 어린 시절 읽은 동화 속 주인공에 푹 빠져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스스로를 성장시킵니다. 왕자와 공주가 되어 멋진 활약을 하며 보물도 찾고 악당도 무찌르며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성공했을 때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동화 속 상상의 세계는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늘 공부에 쫓겨 동화책 대신 문제집을 들고 있는 아이들에게 과연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상상이 될지 궁금합니다.

가끔은 상상 속의 판타지 세계를 거닐며 놀 수 있는 시간을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삶에 있어서 희망과 같은 이야기들을 믿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해질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공부를 벗어나 행복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창작 아이디어


상상 속 동화 주인공들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어떤 주인공이 되어서 재미있는 역할을 해 볼까요?

아이들에게는 동화 속 상상이 현실처럼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비록 나이가 들면서 현실을 깨닫게 되겠지만 상상하는 시간만큼 행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상상이 동시가 되고 동화가 되도록 해 주세요. 

백설공주가 되어 마녀를 물리치고, 어린 왕자가 되어 별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손오공이 되어서 괴물들을 물리치는 상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동화 속 작은 상상을 동시로 표현해 보세요. 신데렐라의 힘든 집안일에 대해 엄마랑 비교해서 쓸 수도 있고, 흥부의 자녀가 되어 우리 가족 이야기를 쓸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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