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시퍼런 멍, 앙상해진 다리

그럼에도 살아야지

by 라쏘





입원하고 이틀 뒤, 나는 처음으로 아빠와 중환자실에서 면회를 했다.


사실 면회 시간이 다될 때까지 조마조마했다.


의식이 없을 수도 있고, 설령 눈을 뜨고 있어도 못 알아보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그 좁은 복도에서 대기하는 내내 초조했다.



11시, 굳게 닫혀있던 중환자실의 문이 열리고

엄마와 나는 아빠의 병상으로 향했다.




“물 좀 줘” “휠체어 좀 가져와” “샤워 좀 하고 싶다”


아빠는 누워있는 상태에서 어눌하긴 하지만 또렷하게 말했다.



솔직히 아 이 정도면 됐구나, 살았구나 싶었다.


아빠가 당장은 손과 발이 침대 병상에 묶여 있고 하지만

아빠가 말도 하고 생각도 하고 의지가 있다는 생각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는 몸, 살고 싶은 마음 그게 느껴지는 말들이었다.



“간호사가 말을 안 들어줘. 때려주고 싶어”


다소 황당하고 어이도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아빠, 아빠 딸 귀한 줄 알면 간호사 선생님들도 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이에요. 그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고

간호사 선생님들 말 잘 들으세요 아빠“


하고 단속도 쳤다


웃기지도 않은데 그래도 웃는 도중에도 마음이 아려져 셔

울면서 울었다.




굳은 왼손과 움직이지 않는 왼발


기쁨도 잠시, 아빠는 오른쪽 손과 발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손도 잡고 힘을 줬지만, 아빠의 왼쪽 손은 딱딱했다.

왼쪽 손 잡아보라고 했지만 꼼짝 않았다.



오른쪽 뇌가 출혈되면 왼쪽 몸이 마비된다는 게 진짜였다.


아빠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움직이지 않는 손이 지금 가장 무거운 사실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마르다 못해, 앙상하다는 말



그날, 나는 아빠의 팔과 다리도 처음 자세히 봤다.

팔뚝에는 시퍼런 멍이 번져 있었고,

허벅지는 손으로 감쌀 수 있을 만큼 앙상했다.


중환자실 입원 이후로

누워서 며칠간 식사는커녕 물도 못 마시게 하니

살이 빠지는 걸 넘어서 몸 전체가 무너져가는 느낌이었다.


예전 같으면 ‘살 빠졌네’ 하고 웃었을지 몰라도,

그날은 ‘아, 이게 진짜 생의 위기구나.’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그래도, 아빠는 여전히 아빠였다


그날, 나는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아빠는 아직 ‘살아 있고’,

‘살고 싶어 하고’,

‘자기 의지로 움직이고 싶어 한다’는 것.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도

물 달라고 하고, 샤워하고 싶다고 말하고,

비데 생각을 하고, 간호사에게 화를 내는 사람.


그건 분명 우리 아빠였다.


지금은 왼손이 움직이지 않고,

다리는 앙상해졌지만

말하는 그 짜증 많은 아빠는 마음만은 예전 그대로였다.






그런데 또 생각지 못한 복병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 빨리 발견하신 거예요. 첫 고비는 넘겼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아빠의 중환자실의 입원 기록.
하루 30분, 단 2명만 허용된 면회 시간 속에서
가족은 매일 울고, 기대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섭니다.
아버지의 회복을 기다리며, 중환자실 가족이 겪는 현실과 감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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