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봄이었다가
그냥 꽃이었다가
완주하지 못할 줄 알면서도
출발점에 선 마라토너처럼
만개하지 못하고
이내 한 줌 꽃 무덤이 되어버릴 것을 알면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웃음 터뜨리는
벚꽃
봄이었다가
그냥 꽃이었다가
가슴 태우며 꽃 불 지피고 있다
웃음 뒤에 꼭 숨겼을 서러운 초록 꽃받침
채 감추지도 못하고
폭! 폭!
그렇게 분홍은 초록에 스미고 있다
동풍의 시샘이 겨드랑이를 간지를 적마다
한 움큼씩 웃음이 자지러지고
앙다문 입술은 절정의 전율을 삼킨다
분홍이 초록에 물들고 있다
그냥 봄이었다가
꽃이었다가
벚꽃
202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