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점을 찾아본다
거울 속 가시거리 너머 그 끄트머리
오늘도 내가 걸어가야 할 지점
고요 속 잠깐의 긴장이 목젖을 건드린다
아직 잠에서 덜 깬 하루를 거울 속에 집어넣고 전원을 켠다
거울은 트롬 스타일러처럼 흔들리고
어제의 잔해들이 분진처럼 거울 속에서 휘몰아친다
이내 거울은 잠잠해지고
거울 속에는 무수한 내가 있다
하루마다 차곡차곡 쌓아둔 어제들
매일 거울 속으로 사라지는 나는
매일 거울 속에서 태어나는 오늘을 찾는다
거울 속 켜켜이 숨어 지내는 무수히 많은 나 중에
어제와 다른 나를 찾아야 하는 매트릭스
나도 잊어버린 나의 어제를
거울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나와 마주한 또 다른 나를,
거울 속으로 사라진 그 많은 나를,
빙하처럼 접힌 수많은 거울 속
미처 이루지 못한 나의 나머지들이
가늘고 미끄러운 초점 거리에서 웅성거리지만
예민한 거울의 피부는 티끌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구겨진 어제를 매일 거울 속으로 집어넣고
아침마다 새로운 나를 거울에서 끄집어낸다
하루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질수록
오늘은 어제를 탐탁지 않아 하겠지만
납작한 거울은 매일 무게를 깎아내고 평정심을 유지한다
나는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
스타일러에서 갓 꺼낸 셔츠처럼 뚜벅뚜벅 거울에서 걸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