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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계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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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캐슬 Nov 27. 2023

오어사의 꿈 - 汝屎吾魚*

새벽** 설렘으로 잠을 깬다

대지와 공기의 성격차이는 풀잎에 이슬로 맺고

속절없는 운무 사이로 불어오는 아침 바람

이내 영혼처럼 마른다


항사리恒沙里*** 신광천神光川 계곡

원효의 꿈이 녹아있다

꿈에는 혜공이 산다

꿈을 집착하는 중생 심장에는 번뇌가 헤엄친다

계곡 물속 깊이를 알 수 없는 캄캄한 길

해탈은 비상구를 찾는다


시간의 경계를 잃은 운제산

구름으로 엮은 사다리

틈새로 비치는 햇살

쏟아지는 소슬바람

하늘을 닮아야 사는 강

태동하듯 살아 요동치는 버들치

혜공에게 묻는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혜공은 묵묵히 헤엄친다

번뇌를 삼킨다

생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산고産苦

소화기관이 다른 원효와 혜공

똥이다! 버들치다!

또 다시 태어난 번뇌들

번뇌는 계곡물 피부를 뚫고 하늘로 뛰쳐 오른다

놀라 달아난 번뇌는

가학루駕鶴樓 처마에 걸려 웅성거린다

범종이 고함을 칠 때 마다

소스라치며 떨어지는 번뇌의 비늘들

오어사 번뇌를 벗다

*원효 스님과 혜공 스님의 설화

**원효 스님의 한글 법명

***포항시 오천읍 항사리,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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