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는 옷매무시를 다시 고치고 헛기침을 하지
옷이라고는 한 벌
그것도 시절마다 술명하게 탈색하는
때론 정갈 넘치는 감색으로
더러는 때깔 나는 황금빛으로
이전엔 사랑 넘치는 붉은빛이었을까
가슴 설렌 푸른빛
때 묻지 않은 연두로도 있었지
해마다 한 벌씩 신상으로 갈아입지
탈의를 하는 고통은 착의하는 것보다 아름답지
고통이 아름다움은 내부에 잠재한 갈등 때문일 거야
새로움을 입는다는 것은 위험과 숙명을 감수해야 해
훈육은 체험보다 앞서거든,
근심 어린 훈육도 기회가 되는 시대
문자 한 통 없는 젊음은 걱정의 실마리를 건드리지
거미줄처럼 한 올 한 올 반대편으로 풀어나가지
하늘이 가까워지도록
나가는 길은 항상 둘 사이에 두고 있지
바로 그 자드락길
가꾸지 않으면 시들 수밖에 없는 내일
울타리 안이 바깥보다 허전함은
당신을 잡지 않을 이유로 충분할지
하루의 시름으로 뒤돌아보는 된비알
바랜 빛으로 고엽을 치장하며
나무는 겨울을 앓고 있지
2023.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