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계절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언캐슬 Dec 10. 2023

나무의 겨울

  

가지는 옷매무시를 다시 고치고 헛기침을 하지

옷이라고는 한 벌

그것도 시절마다 술명하게 탈색하는     


때론 정갈 넘치는 감색으로

더러는 때깔 나는 황금빛으로

이전엔 사랑 넘치는 붉은빛이었을까

가슴 설렌 푸른빛

때 묻지 않은 연두로도 있었지     


해마다 한 벌씩 신상으로 갈아입지

탈의를 하는 고통은 착의하는 것보다 아름답지

고통이 아름다움은 내부에 잠재한 갈등 때문일 거야

새로움을 입는다는 것은 위험과 숙명을 감수해야 해

    

훈육은 체험보다 앞서거든,

근심 어린 훈육도 기회가 되는 시대

문자 한 통 없는 젊음은 걱정의 실마리를 건드리지

거미줄처럼 한 올 한 올 반대편으로 풀어나가지

하늘이 가까워지도록


나가는 길은 항상 둘 사이에 두고 있지

바로 그 자드락길

가꾸지 않으면 시들 수밖에 없는 내일

울타리 안이 바깥보다 허전함은

당신을 잡지 않을 이유로 충분할지     


하루의 시름으로 뒤돌아보는 된비알

바랜 빛으로 고엽을 치장하며

나무는 겨울을 앓고 있지    


2023.12.09

매거진의 이전글 서귀포 지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