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정열을 달고, 윤기로 반짝이는 녹색의 잎은, 단단하기도 하지만 방패모양으로 모서리마다 날카로운 가시까지 만들어, 무엇이 그다지도 두려웠는지 완벽한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다. 회백색의 피부로 덮인 수피로 약간 뒤로 젖혀져 있는 모습도 너무나 위세 당당하다. 그는 한편으로는 싸늘한 겨울을 느끼게도 하지만, 겨울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기도 한다. 여름 내내 비알에서 소박을 당하다가, 올 겨울에도 아마 거실 한쪽에 다채롭게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로 사랑을 받을 것이다.
‘잎의 가시가 호랑이 발톱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이름이 ‘호랑가시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늙은 호랑이 발톱'이라고도 하고, "어린 고양이 발톱'이라고도 한다. 호랑이도 늙으면 어린 고양이처럼 된다는 생각이 왜 드는 걸까? '홀리 나무(Horned holley)'라고 불리며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가시관도 호랑가시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골고다 언덕에서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는 예수님께 로빈이라는 작은 새가 예수의 머리에 박힌 가시를 뽑아내다가 자신도 가시에 찔려 죽게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로, 서양 사람들은 이 호랑가시나무를 신성시한다. 호랑가시나무의 붉은 열매는 예수의 피를 상징하기도 한다. 완벽에 가까운 외양과 그가 지니고 있는 심성에 의해 서양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하고 기쁜 일이 생기는 나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로도 사용되고 크리스마스카드에도 자주 등장하는 나무이다. 수령이 500년이나 되지만 안타깝게도 남획과 푸대접으로 실제로 100년 이상된 나무는 발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호랑가시나무는 제주에서는 아주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손바닥만 한 빌레밭 한 구석, 밭담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자라는 경우가 많아서 농사활동에 지장을 주고, 무엇보다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면 그 고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농부의 입장에서는 밭의 잡초보다 더한 천덕꾸러기로 취급당했을 것이고, 늘 제거해야 하는 대상임에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주변에서 차츰 사라지게 되고 지금은 방목지역 주변이나 습지, 일부 곶자왈 지역에만 주로 관찰되다고 한다.
현재 남아 있는 자생지를 보면, 현무암질용암류 중에서 지상에 노출된 부분이 평편하며 크고 작은 동굴지대를 만드는 용암류인 빌레용암류가 산재한 지역이 주요 생육지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호랑가시나무는 계속 잘라내더라도 강인한 ‘순’을 만들어 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간다. 또한 다른 식물들은 자랄 수 도 없을 것 같은 ‘빌레용암’의 틈새로 뿌리를 둬 늘 그 자리를 지키고, 후손을 남긴다.
그래서 호랑가시나무는 이런 황량하고 딱딱한 빌레지역의 개척자이기도 하고, 때로는 수호자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수세대를 걸쳐 남긴 지금의 자생들이 사실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척박한 조건을 이겨내고 독특한 제주의 환경에 적응했다는 것으로,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어쩌면 이런 개척정신과 강인함은 제주를 가꾸고 지켜온 사람들의 삶과도 많이도 닮아 있다고 생각된다. 빌레용암이 금이 가고 깨진 틈에 자리를 잡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고, 강인하지만 따뜻한 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한겨울 나무에 쌓인 흰 눈과 붉은색 열매는 얼어붙은 겨울에 그나마 추위를 잠시라고 잊게 해 주는 존재일 것이다. 항상 강한 부분들이 그것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게 마련이지만, 가시의 날카로움 속에 붉은 열매가 있어 뭔가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호랑가시나무의 꽃말은 가족의 행복, 즉 ‘평화’다. 밖으로는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한 초록의 잎과 안쪽으로는 빼곡하게 자리 잡은 빨간색 열매는 안정감을 주며 꽃말처럼 든든한 울타리 속에 행복한 모습을 한 가족의 온기를 상상하게 해 준다.
이런 면에서 굳이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니어도 호랑가시나무는 여러 가지로 좋을 듯하다.
제주에서 호랑가시나무는 해안가에서부터 자라기 시작한다. 특히 제주 서부지역은 호랑가시나무의 주요 분포지역으로 예상되는데 한림, 무릉, 저지, 신평, 안덕계곡 등 다양하게 자라고 있다.
반면 제주시 동부지역에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호랑가시나무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의 습지, 계곡 주변 등에 해발 약 150m 정도까지 자라고 있으며 아마 과거에는 지금보다는 더 넓고 큰 규모의 자생지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호랑가시나무는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하며, 국내에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도서나 해안지역에만 분포가 확인되고 있다. 변산반도의 자생지는 식물지리학적인 특성과 가치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며, 완도의 개체들은 유사종류들과의 교잡종으로 분류돼 완도호랑가시나무로 명명됐다.
출처 : 제주매일(http://www.jejumaeil.net)
한라 수목원을 들렀다. 엄청난 규모의 수많은 이름 몰랐던 식물들 중에 특별하게 나를 부르는 이가 호랑가시나무였다. 수목원을 찾는 사람들마다 끌리는 식물이 모두 다를 것이다. 가을답지 않게 회백색의 피부를 가진, 가시가 반짝이는 녹색의 이파리 사이로 붉은 가슴을 살포시 표현하는 열매를 가진 그는 한눈에 나를 붙잡았고,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한참이나 그와의 대화는 네이버의 통역으로 가능했다. 이렇게 끌리는 대상은 어떠한 이유는 있을 것이다. 잠재되어 있는 기억 속에 어떠한 인연이 있었던 것일까? 기억의 수평선을 더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