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의 아침

by 아이언캐슬


조천의 아침은 생각보다 여유롭다. 풍랑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 풍요롭고, 야간 조업을 마친 어선들은 껄-껄-껄-껄 웃으며 만으로 들어온다. 아이들은 새벽잠을 뒤척이며 부른 배를 두드리고, 아침 짓는 냄새들이 따사롭다. 아침노을은 신선한 생명의 발걸음을 내딛고, 물질하는 아낙들의 숨비소리는 삶의 갈증을 씻어낸다. 갈색으로 탈의를 하고 있는 회화나무 가지에는 직박구리의 울음소리도 흥겹고, 마당을 쫑쫑거리면 가을을 쓸어내고 있는 까치도 즐겁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됨의 시간이 조천의 아침을 여유롭게 한다.


한라산 영실 가는 길, 1,100 고지 카페 25,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편의점>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며 한라산을 눈높이에서 바라본다. 재미있는 편의점이다. 그렇다고 교만해지지는 않는다. 눈이 높아져서도 여전히 올려다보아야 산이다.







영실靈室은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뜻으로 영주십경 중 하나로 꼽히는 영실기암이 있다. 영주瀛州는 제주도의 옛 이름이다. 영주십경이란 제주의 학자인 매계 이한우(1818~1881)가 제주의 경관을 품제(品題)해 10곳을 골라 새로이 시적인 이름을 붙인 것이다.


영주십경

제1경 성산일출(城山日出)[2]: 성산일출봉에서 보는 일출(해돋이). 영주 10경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한다.

제2경 사봉낙조(沙峰落照): 사라봉에서 보는 저녁노을(일몰).

제3경 영구춘화(瀛邱春花): 영구(속칭 들렁궤)의 봄꽃. 봄철 방선문 계곡(제주시 오등동)에서 만발한 진달래꽃과 철쭉꽃을 말한다(영구는 방선문의 별칭이다.).

제4경 정방하폭(正房夏瀑): 정방폭포에서의 여름.

제5경 귤림추색(橘林秋色): 귤 익어가는 가을빛.

제6경 녹담만설(鹿潭晚雪): 백록담의 늦겨울 눈.

제7경 영실기암(靈室奇巖): 영실의 기이한 바위들.

제8경 산방굴사(山房窟寺): 산방산의 굴의 절.

제9경 산포조어(山浦釣魚): 산지포구의 고기잡이.

제10경 고수목마(古藪牧馬): 풀밭에서 기르는 말.


영실 계곡에서 눈에 띄는 수많은 바위는 용암이 굳은 암석들이 오랜 기간 침식되면서 일부가 남은 것들이다. 이 바위에는 제주를 대표하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오백 명의 자식을 둔 어머니가 죽을 끓이다 그만 솥에 빠지고 말았다. 자식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집으로 돌아와 죽을 맛있게 먹었다. 곧 솥바닥에 드러난 사람 뼈를 발견하고 어머니의 뼈라는 것을 알아챈 아들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며 슬피 울다 바위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 바위가 제주의 유명 바위 오백장군바위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제주의 중심 한라산의 빼어난 절경, 영실로 (비짓제주)










차로 해발 1,280m까지 갈 수 있어서 등산을 힘들어하는 이들에게는 발품없이 1,280m를 올라가니 엄청난 행복을 주는 곳이다. 게다가 가을 단풍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이곳만 한 곳이 없을 정도로 그 자태가 아름답고 풍부하다.




바다는 아침노을에도

일렁이는 가슴을 주체를 못 한다

일찍 일어난 조사釣師의 부지런함은

게으른 찌끝보다 애달프지만

채우지 못한 바구니는

아직도 아침잠을 뒤척이는

아이들의 부른 배처럼 여유롭다


어부의 이마 주름만큼

흔들리는 너울은

스스로 물그림자를 만들고

세월의 흐름을 가늠해 본다

물속 길 찾는 물고기가 있기는 할까

찾을 길이 필요도 없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성숙한 햇살로 아침노을을 녹여낸다


조천만에서 아침 하늘을 맞다


2023.10.19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전쟁을 그만두기를 기원한다. 뉴스에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야기가 나온다. 어떠한 이유로도 슬프다.)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