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가 만만치 않게 느껴질 때가 있죠? 물론 그 무게를 내가 지탱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라면 당연히 이런 글을 적을 여유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가랑비처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를 갉아 무너뜨리고 있는 무게는 역치의 수준이 되었을 때 비로소 인지하게 됩니다.
비에 젖음을 인지할 수 있는 역치의 순간은 그 비의 무게에 따라 혹은 버티는 나의 인내력의 정도, 그리고 그 무게가 내게 주는 행복감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겁니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The ocean does not get wet by rain. 위대한 작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말입니다. 바다는 폭풍우, 파도, 태풍이 와도 모두 포용해 버리고 흔들리지 않는 마치 무한의 능력을 소유한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다처럼 비에 젖지 않으려 살아왔습니다. 노력만 하면 저도 바다처럼 비에 젖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폭우와 태풍을 흡수하고 포용하기에는 아직 나약한 한 인간이기에 이제 가랑비에도 몸과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됩니다. 아마도 역치의 순간이 왔나 봅니다.
배를 탔습니다. 40년 가까이 고집스럽게 외길로 지나온 나의 직업에 처음으로 사표를 냈습니다. 이 일이 내게 준 행복감은 이일을 통해 내가 다른 이들에게 준 행복감보다 더 컸기에 나는 이 일을 사랑하고, 놓지 못했습니다. 일에게 부탁을 했죠. 몸이 많이 젖어서 지탱하기가 어려우니 그만 헤어지고 싶다고요.
일은 흔쾌히 승낙하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대신 두 달 정도 휴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다고 협상합니다. 배를 탑니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배가 있는 선착장까지만 4 시간 이상을 달립니다. 큰 배가 필요합니다. 자동차와 함께 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완도에서 자동차와 함께 제주도로 갑니다. 제주에서 요즘 '핫' 하다는 한 달 살기, 아니 한 달 조금 덜 살기를 해보려 합니다. 과연 가랑비에 젖은 몸을 말리는데 도움이 될까요? 멀리 한라산이 마중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