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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킹 Jan 22. 2021

나보다 더 어른 같은 아이


내 꿈은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감문을 써보는 것이 소원이다. 아직 미미한 글쓰기 실력 탓에 접수를 해 본 적은 거의 없다. 꿈을 안고 살고 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작년 11월 중순 이후에 좋은 수상 소식을 들어서 드디어 나에게도 신춘문예는 아니지만 입상 소감문을 쓸 기회가 생겼다.  

그즈음 겪었던 일이라 고민 없이 바로 쓸 수 있었다.

≪<안산전국여성백일장 입선 소감문 >

 "선생님, 선생님!"

네 살짜리가 부르는데 난 다른 친구의 요구에 응하느라 조금 늦게서야 대답을 하려는 찰나

  "너, 내 말 무시하냐?"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50살 이상의 차이인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조금 놀라서

  "그 말 어디서 배웠어?"

하고 물으니 작은오빠가 자기한테 했던 말을 나한테 하는 거라고 했다.

장황하게 설명할 것 없이 웃었다. 하하하~

전국대회 공모전에서 입선이라는 소식은 가뭄에 콩난 것 같지만 기쁨이 크다.

 그 조그만 아이들에게도 자랑하고 싶다. 나 이런 사람이라고.

너희가 가끔 반말로 마구 대하는 사람이지만 상을 탄다고.


저의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고맙다고 큰 절이라도 올리고 싶습니다.

글쓰기에 다시 희망을 가져봅니다. 고맙습니다.≫


나에게 소감문을 쓸 수 있게 글감을 제공해준 아이가 또 한 번의 글감을 제공해준다. 이제 해가 바뀌어 다섯 살인 지수가 쉬가 마렵다고 했다. 남색 원피스를 우아하게 입고 왔기에 내가 도움을 줘야 소변이 옷에 묻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화장실에 갔다. 변기에 앉혀주고 잠시 기다리는데 현관 벨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지수야, 조금만 기다려. 네 엄마인가 본데 른 문 열어주고 올게."

빛의 속도로 뛰어 인터폰을 받으려는데 다른 선생님이 받아 방문한 손님이라고 했다. 다시 화장실로 돌아가 조금 미안해하는 마음으로

  "지수야. 천천히 쉬 해. 엄마가 아니네."

  "저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차분하게 말하는 지수의 말에 내 가슴은 쿵 내려앉았다. 실망하여 속상해할 줄 알았는데 의연하게 나를 달래는듯한 말을 해서 오히려 내가 울 뻔했다.

다른 친구들이 거의 하원을 해서 화장실에 가기 전에 지수는

  "엄마 보고 싶어요. 왜 우리 엄마는 안 와요?"

라고 보채던 생각에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는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자기 엄마가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아이가 나보다 더 어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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