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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킹 Jan 26. 2021

난 무지외반증 환자


몇 년 전에 산에 다녀왔는데 엄지발가락 발등 쪽이 무지 아팠다. 자세히 보니 어느 사이 뼈가 툭 튀어나와 있다. 정형외과에 가니 무지 외반증인데 심하면 수술을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수술까지 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불친절한 의사를 만나 자세히 물어보지도 못하고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져 알게 되었다.


무지 외반증은 유전이 원인인 경우와 후천적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큰언니의 발 모양이 생각났다.  언니 발의 변형이 아주 심한 것으로 보아 나는 선천적인 원인에 무게를 두었다. 또 폐경기 여성에게 나타난다는 말에 그동안 잘 지내오다 갱년기를 맞아 유독 심해졌다는 것에 마음을 두었다. 치료 방법은 딱히 없고 수술로만 가능하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여러 기구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것들로 특별히 효험을 봤다는 기사는 없었지만 남편 수술할 때 간 큰 병원 근처에서 의료 기구 파는 곳에 들러 하얗고 파란색의 교정기를 샀다. 또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것도 사서 발가락 사이에 끼우고 걸어 다녔다. 볼이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고 했는데 결혼한 이후 편한 신발만 고집한 나는 그 이유가 아님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요즘은 실리콘도 아파서 빼고 티눈 보호대를 사서 새끼발가락 사이에 끼고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고 걸어 다닌다.


 내가 밤에 자려면 저 하얗고 파란색의 족쇄를 꼭 끼고 잔다. 특별히 나아지는 기미는 안 보이지만 더 심해지지 말라는 차원으로. 자는 동안 고통스럽다. 내가 무슨 죄지은 사람처럼 조선시대 목에 칼을 찬 죄수 같은 행색으로 발에 끼우고 자니 참 슬프다.


새끼발가락에 티눈이 생겨 고생을 하기도 해서 병원에 갔는데 발이 물에 불었을 때 칼로 살살 떼어내라고 알려줬다. 약을 주는데 없애는 약이 아니라 티눈 쪽에 발라 살이 부드러워지면 칼로 도려내라는 의사 말에 참 웃기는 치료라고 생각했다. 무지 외반증으로 나타나는 티눈이라고 했다.


조금 많이 걸었다 싶으면 아픔이 도진다. 무지 아프다. 무지 아파서 무지 외반증인가 싶다. 하하하~


걷는 운동을 하지 말라고 병원에서 그랬는데 걷지 않으면 어떻게 살과의 전쟁을 한단 말인가?  의사 말로는 걷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인 수영을 권했지만 난 수영하기는 싫다. 일단 수영하려면 경제적인 것도 문제지만 특별한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있다. 하지만 걷기는 공간이나 시간, 경제력이 필요하지 않아서 선택한 것이다.


무지 외반증 환자에게 걷기는 더 나쁜 효과를 거두겠지만 내 유일한 걷기 운동마저 안 하면 결국 숨쉬기만 하다 비만으로 돌아가실 것이라 여겨진다.


무지 외반증 환자의 80%가 여성이란다. 살다 살다 별 희한한 병도 다 있다. 에구~ 사는 것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고통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 정도는 웃으면서 살아내련다. 더한 고통 속에 사는 사람에 비하면 애교라 여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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