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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킹 Dec 30. 2020

광양 매화축제에 갔다 건진 선물

2019년 광양 매화 예술제 백일장 산문부 최우수상 수상작품

봄나들이



"으앙, 엄마한테 갈 거야."


 세 살 아기들이 신학기를 맞아 어린이집에 등원하여 엄마와 헤어지기 싫다고 울어댄다.


그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교실에서 도망치고만 싶었다.


 매년 신학기에 겪는 일이지만 내 나이에 교사라는 직업으로 예쁜 아가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은 행복하다.


하지만 보채고 우는소리는 썩 듣기 좋은 것은 아니다.



 한 주를 보내며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는데 산악회에서 광양 매화축제에 간다기에 남편과 함께 신청을 했다.


 새벽 5시 30분에 집 근처 동막역에서 출발하여 몇 시간을 달려왔다. 깜깜한 밤길을 뚫고 왔다.


 한참을 오다 보니 창밖으로 여명이 비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얀 나무에 밥풀을 붙여 놓은 듯 달려있는 나무가 보인다.


군데군데 다홍빛 꽃도 보이는데 나도 몰래 환호성을 질렀다.


  "와!  멋있다."


절로 감탄이 나온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귀에 쟁쟁한데 눈은 초승달을 그리고 있는 내가 그래도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넓게 퍼진 나뭇가지에 수없이 많은 하얀 꽃송이를 매달고 있는 매화나무가 이렇게 신비로운 줄은 예전에는 몰랐다.


쫓비산 정상에서 보는 매화마을은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세상이다.

 


50이 넘은 세월 동안 살아오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니, 왜 진즉 와 보지 못했는지?  


내년에는 우리 가족과 함께 다시 와야겠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으앙'우는 우리 어린이집 아가들에게도 무릉도원 같은 이곳, 광양의 매화꽃 동네를 꼭 보여주고 싶다.


아마도 우리 아기들은 울다가 웃음을 지을 것이다.



인천의 미세먼지 속에서 살다 이곳의 황홀한 광경에 이사라도 오고 싶은 마음이다.


섬진강 위에서 헤엄치는 청둥오리 두 마리가 내 부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히 헤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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