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티븐 킹 Jan 14. 2021

저마다 표정이 다른 눈사람


우와~

이번에 내린 눈은 하늘에서 준 선물이다. 코로나에 지친 민생에게 동심에 빠져들고 꿈을 꾸라고 준 선물 같다. 어제 오후부터 내린 눈은 금세 쌓였다.

온 세상이 흰옷으로 갈아입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차를 놓고 출근을 할까 하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 속을 도저히 걸어갈 용기가 안 나서 끌고 갔다. 하지만 춥지 않아 도로의 눈은 그대로 녹아 없어지거나 푸석푸석 밑에 깔려서 천만다행이었다.

남편의 늦은 퇴근으로 밤 9시가 넘어 운동 겸 산책으로 해돋이 공원에 갔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눈을 즐기고 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걷다가 눈사람이 여기저기에 있음을 발견하고 관찰을 시작했다. 우리 인간들의 생김새가 각양각색이듯 눈사람의 표정도 저마다 다름을 깨달았다. 그리고 탄복했다. 어쩜 이리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쩜 이리 각자의 재주가 다를까?  이 동네에는 예술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만 사는 것일까?

  "부쉬지 마! 짱수"

라는 반말 글에 화가 날 만도 한데 웃음부터 나온다. 눈이 내리는데 종이에 글씨를 쓸 생각을 했다는데 대해, 또 모자까지 얹어놓고 간 것을 보고.


호수는 꽁꽁 얼어 눈을 담뿍 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된듯하다. 멀리 아파트 불빛은 졸고 있다. 공원으로 연결되는 다리는 눈썰매장으로 변신하여 환호성이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야밤에 이런 풍경이 있을 줄 누가 알겠는가?


두 개의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 대학생 또래의 젊은 친구 네 명이 있는 분수대가 있는 곳으로 가니 사진을 찍어주겠다 한다. 모처럼 우리 부부 가족사진을 찍었다. 남녀혼합 네 명의 젊은이는 두 시간을 들여 만든 눈사람이라며 자랑을 한다. 그들도 한곳에 앉게 하여 찍어주고 왔다. 정말 아름다운 밤이다.


말라비틀어진 수국 위에 눈이 쌓이니 예쁜 수국 눈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이글루와 울라프를 만든 사람은 예술가 또는 장인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이글루를 만져보니 단단한 얼음처럼 눈을 벽돌로 찍어내듯 만들었는데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만들 수 있는지.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여있는데 어디서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가져와서 그런 표현을 했는지 눈사람 작가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싶을 정도다. 또 해돋이 분수대 계단에 사람이 누워있는 것 같은 눈사람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정말 풍성한 눈 조각 작품을 감상한 기분이다.

가족이 만들었는지 네 개의 눈사람이 있고 코는 집에서 가져왔는지 당근을 꽂아 놓았다. 또 웃음이 나왔다. 집에 가서 당근 가져왔을 생각을 하니.


10시 넘어가는 시간이지만 온 동네를 싸돌아다니며 눈사람을 찍어보았다. 즐거움이다. 행복이다. 하여 하늘이 준 이번 눈 선물에 감사하다. 춥지 않고 내린 눈은 분명 우리에게 동심으로 돌아가라고 준 고귀한 보석 같은 마음이다.


눈으로 예술을 말할 수 있다니. 참 아름답고 멋진 눈의 세계, 밤을 즐기고 왔다.




이전 04화 내가 사랑하는 우리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