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러다 강사 되는 거 아냐? 강사 자격증 준비해봐.” 6개월 전 시작한 요가에 마음을 뺏긴 나의 지독한 요가 사랑에 친한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요가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잘해야 지도자가 되지. 난 그냥 좋아만 하는 거라고.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잘하는 거랑 좋아하는 것은 괴리가 있다. 게다가 무언가 시작하면 바로 자격증을 따라니, 지독히도 한국인 같은 발상이다.
내일부터 당장 아무 계획도 갈 곳도 없는 몸이라는 사실이 괴로워 퇴사한 날 저녁에 바로 요가원을 등록했다. 그날부터 요가원 가는 것이 내 하루에서 유일한 스케줄이요, 내가 갈 곳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가를 열정적으로, 열심히 하게 됐다. 처음엔 평일반만 등록했다가 주말반까지, 이젠 주말반에 이어 심화수업까지 요가원에서 진행하는 모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패키지를 등록했다(물론 아직 용기가 없어 심화 수업을 들어보지는 않았다).
제주 여행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바당 요가’였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요가를 한다고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 요가는 그 자체로 이미 힐링인데,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바다까지 함께하는 거니까. 바다 요가가 힘들다면 숲 속에서 피톤치드를 가득 들이키면서 초록초록한 숲을 보며 눈을 안정시키는 요가도 좋다. 공기 좋은 탁 트인 야외에서 하는 요가는 어딘가 낭만이 있다. 검색해보니 바다 요가를 하는 곳도 몇 군데 있고, 정원이나 숲 속에서 요가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선 날씨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앞으로 일주일간 매일 우천 가능성이 있고, 날이 흐려 예약한 날짜에 요가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일정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높았다. 숲 속에 위치한 요가원의 경우 차 없이는 접근이 쉽지 않아 자연스럽게 포기했다. 그리고 원데이 요가 수업 비용이 생각보다 비쌌다. 가고 싶었지만 무직 6개월차에게는 망설여지는 가격이다.
서귀포 숙소 체크아웃 날, 요가원도 알아보고 숙소도 알아봐야 해서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자고 호텔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요가와 러닝을 할 수 있는 호텔을 발견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하에 요가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숙박객은 1박당 1회 요가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러닝과 명상은 원한다면 참석할 수 있었다. 내가 찾던 숙소인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체크인을 하자마자 요가 수업을 예약했다. 다음날 아침 요가 수업에 참석했다. 지하에 있지만 한 면 전체가 오픈 윈도우라서 햇빛이 방 안 가득 들어오는 공간이다. 선생님이 스트레칭을 하면서 굳은 몸을 풀고 힘을 빼라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우리는 힘주고 긴장하는걸 편하다고 느끼고, 실제로 더 편안해 늘상 힘주고 살지만 힘을 빼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그게 요가라고 했던 선생님의 말이 깊이 박혔다. 늘 긴장되어 있는 어깨를 의도적으로 툭 풀어 내려본다.
수업이 끝날 무렵에 매트에 등을 대고 누워 몸을 이완하는 사바아사나를 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땀을 식혀주었다. 창가에서는 풍경 소리가 들리고, 선생님이 뿌린 허브 향도 은은하게 났다. 차분한 척 이완하고 누워 있었지만 속으로는 '으아 행복해!'를 외치며 아드레날린이 돌고 마음이 방방 뛰었다. 새벽에 일어나 해안도로 러닝을 하고 연이어 요가까지 했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여기 계속 있으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것 같았다.
잘하지는 않지만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요가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못해도 개이치 않고 계속했다. 그런데 꾸준히 하다 보니 잘 땐 늘 아팠던 허리가 아프지 않고, 되지 않던 동작이 어느 날 갑자기 되고, 체력도 늘어가는 걸 느끼게 됐다. 그동안 난 뭐든 늘 열심히는 하는데 잘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많이 누적되어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 노력이 부질없다고 여기기 시작했는데 요가는 노력한 만큼 몸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 요가가 좋다. 제주 바다 바람을 맞으며 요가라니,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