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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는 지니 May 19. 2022

끊임없이 짝사랑하는 사람

영업하는 사람.

 신입사원 시절에 업무적으로 잘 모르는 문제에 닥쳤을때, 앞에 손님에게 짜증을 내며 은근히 화나는 말투로 응대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곱게 보이지 않았을테고...  

이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알게 되었다. 잘 모르기 때문에도 불친절 할 수 있다는 걸.  

  사무적인 어투로 매우 딱딱한 응대를 하고 있는 저 어린 직원이 나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또 나쁜 성향의 직원이 아니라 아직 어리고 미숙해서 그런것이라는 걸. 또한 무능력해 보이고, 할일이 없이 왔다 갔다만 하는 것 같은 뒷 자리 상사의 오랜 내공은 결코 내가 쉽사리 뛰어 넘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게다가 고객은 입으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눈빛, 눈썹, 다리 꼼 등을 통해 직원에게 이야기 하고 있음도 보인다.


 중견 책임자가 되고, 이제 일에 여유가 조금 생겼고, 고객도 환경도 내가 어찌해야 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은 지금에 그저 가장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은 고객!이다. 그것은 내 세일즈 상대로서의 고.객.이 아니라, 온전히 그 고객 존재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퇴근 후 이 글을 쓰는  지금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이 있다.  나를 무시하며 큰 소리치던 손님도 떠오르고, 나로 인해 도움받았다 고맙다는 얼굴들도 떠오른다. 내가 실적을 위해서 애타게 기다리던 손님도 떠오르고, 그래서 반가웠던 그 손님의 거절에 가슴 깊게 상처받게 한 분도 떠오른다. 결정적인 순간에 큰 도움을 주신 손님도 있고, 실적은 미미하지만 마음을 나눠주신 분들도 있다. 존재 자체로도 반갑고, 거래해주심에 감사한 분들인데, 나는 미처 그것을 몰랐다. 그 관계맺음 속에서 올바르게 이끌지 못했고, 미숙했다.  


 내가 있는 사무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거래를 하신 손님에게, 죄송하고도 불편하지만 내쪽에서 일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드렸다. 이것은 순전히 손님을 위한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으로, 손님은 그 말을 들어 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전화를 드려 그쪽에서 처리했던걸 취소하고 꼭 내게서 일을 하시라 부탁드렸다.  다소 무뚝뚝했지만 하나하나 주의깊게 들어주심을 느꼈다. 미술을 전공하고, 선생님으로 재직을 하시면서 화실경영도 하셨다는 그 분은 일부러 찾아오셔서 내 부탁을 들어주셨다.

 이 글은 그 분을 기억하고자, 그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자 쓴다.


고객을 온전히 그 체로 다가서고 이해해 보기로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로 노력하여 그들의 니즈에 부합하며 도움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리라 생각하며 말이다. 나를 이용해주고, 나를 딛고 좀 더 빠르고 안전하게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나의 소명을 달성하는 것이 아닐까.

매일 새로이 시작되는 고객에 대한 짝사랑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숙명인 양 새롭게 사랑하는 것이 영업하는 나의 삶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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