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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나루토 생일 파티 2탄

랜덤게임 랜덤게임 아파트 아파트

by 에스더

2024.11.24. (일)


어제의 여파로 늦은 시간까지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힘들게 몸을 일으켜 교회에 왔다. 점심을 먹고 뒤늦게 챗gpt랑 속닥속닥 귓속말해가며 스페인어로 생일 축하 카드를 적고(친구가 스물아홉 번째 생일이라고 다른 친구는 스물아홉 개의 카드에 메시지를 적는 것을 보고 리스펙 했다.) 어제에 이어 다시 센트럴로 돌아왔다. 국립 극장 앞에 앉아 다른 친구들을 기다렸다. 어디 해가 떠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데 눈이 부셨다. 오늘은 챙겨 온 수영복을 입고 수영할 수 있을까? 케이크 픽업을 다녀온 친구의 차를 타고 다 같이 알라후엘라로 향했다.


도로에 차가 없었는지 지난번보다 훨씬 빠르게 친구 집에 도착했다. 지난번 생일 파티와 같은 장소였는데 장소 제공 친구네 집에서 만든 Chalupa 재료들이 있었다. 오면서 요즘 스페인어 공부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누가 vamos a comer Chalupa라고 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찰루빠? 찬이오빠? 했더니 먹는 내내 친구들이 찬이오빠 어때.. 하면서 놀렸다. 그렇지만 찬이오빠.. 맛있었다. 또르띠아 위에 frijoles molidos 또 또 콩을 발라야 해서 처음엔 몰래 아주 조금씩만 발랐는데 먹다 보니 맛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토마토와 양상추, 고기, 과카몰리, 치즈를 올려 먹는데 별다른 소스 없이도 맛이 풍부했다.


먹고 두 팀으로 나뉘어 Cranium이라는 게임을 했다. 그렇지만 또 나고 자란 이들만 알 수 있는 문화랑 관련된 퀴즈를 계속 맞춰야 해서 또 깍두기가 되어버려.. 그래서 정리하고 등에 그림 그려 맞추기 게임을 하다 요즘 로제의 아파트를 많이 듣더니 아파트 게임을 하자고 둘러앉았다. 아파트 게임을 하다 보니 내가 하던 아파트는 로제 노래 아파트의 리듬이랑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처음에 노래 인트로처럼 랜덤게임~랜덤게임~하다 보니 괜히 혼자 랜덤게임인데 아파트만 하는 게 이상해서 랜덤게임이란.. 말 그대로 걸린 사람이 랜덤 하게 여러 게임 중에 골라 제안을 하는 것이다 알려주고 나니 또 다른 게임들도 몇 개 알려주게 되었다.


배스킨라빈스 31이나 눈치게임처럼 간단한 게임들 위주로 돌아가며 진행하긴 했지만 나도 이런 술자리 게임들이 오랜만이라 하다 보니 갑자기 신이 나 아 이렇게 텐션 낮게 진행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 rápido rápido 하면서 정신없이 게임을 돌렸다. 지금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방금 게임 알려줘 놓고 뭐 한 건가 싶지만 다들 소주 한 병 세워놓고 아주 조금씩 마시면서 몇 바퀴나 돌린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 뒤 촛불 부는 시간을 갖고 돌아가며 선물 전달식을 했다. 내 마음이 좀 더 편해진 건지 아니면 상황이 지난번이랑 좀 다른 건지는 몰라도 이번엔 함께 더 즐겁게 놀다 올 수 있었다!


그러다 한 두 명이 컨디션이 급 안 좋아져서 집에 데려다주고 또 우리 동네로 오는 길에 동네 장(?)을 지나쳐왔다. 음식도 팔고 작은 놀이기구들이 있었는데 우리도 내려 잠깐 구경하려다 놀이기구도 타고 불꽃놀이까지 구경하게 되었다. 범퍼카를 타는데 당해본 적은 없지만 차 사고 나면 이런 느낌이구나 할 정도의 임팩트가 몸에 전달되어서 무서워져 열심히 도망 다녔다. 그리고 돌아가는 놀이기구를 타는데 이미 탑승했으면서 갑자기 혹시 무서운 기구인가? 걱정이 되어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녔다. 사람들이 저기 아가들도 탈 정도다!라고 했지만 이 말에 속아 탔다가 기절 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처음 한 바퀴는 혼자 열심히 소리를 질렀는데 이내 그저 뱅글뱅글 도는 기구라는 것을 깨달았다. 놀이기구에서 내렸더니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는데 그 옆에 Mascarada라고 불리는 코스타리카 행사 때 항상 볼 수 있는 거대 인형들이 돌아다녔는데 친구가 그 인형에 트라우마가 있다고 너무 무서워해서 그만 차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려다 생각해 보니 저녁에 케이크 말고는 제대로 식사를 못한 것 같아서 고민하다 컵라면을 하나 끓여 먹었다. 평소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뭔가 이럴 땐 라면을 먹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언니한테 3시간 뒤에 자면 되지 뭐!라고 말했지만 이내 눈이 감겼다. 아 맞다 오늘도 수영을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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